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2. 12:33

   숙희는 링이 든 밬스를 얌전히 내려놓고 돌아서서 나가는 여자를 쳐다봤다.
   아빠도 참 주책이시지...
숙희는 각종 색의 플래스팈 링을 내려다 봤다. 돈도 안 받고.

   영진은 미스타 오가 머리에 꽂아주는 반짝이 머리핀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이거는 내가 좌판에서 파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엑! 그럼뇨?"
   "이거는 차이나에서 수공으로 만든 제품예요."
   "비싸면 나 싫어요. 부담돼요."
   "시중에서 팔면 비싸지만, 내가 가서 떼어오는 도매상에서는 얼마 안 해요."
   "보여주고 하면 안 돼요?"
운진은 그 핀을 풀어서 영진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머어! 진짜 나비 같다아!"
영진은 가만히 쥐어져 있는데도 날아가는 나비처럼 빛을 조금씩 바꾸는 장식을 보고 어린애처럼 소리지르며 경탄했다. "해주세요!"
운진은 그 나비 모형의 머리핀을 영진의 머리채를 한데 잡은 후 맨 꼭대기에다 끼웠다. 
영진이 하늘색 원피스를 팔락이며 원두막에서 내려섰다.
그녀가 앙팔을 조금 벌리고 맴을 돌았다. "이이이이! 날아가는 것 같아요?"
머리 장식 나비가 금색으로 보라색으로 파랑색으로 색색 바뀌어 간다.
   "다행히 어울리네요."
   운진은 이 여인을 어떻게 어디까지 이끌어 가나 하고 고민이 생긴다.
   나이는 스물 넷이라면서 하는 짓은 틴에이저 같으니...
   그런데 가만 말을 시켜보니 올 에이에다가 엠씨에서 칼리지 파크 유니버씨티로 전입을 신청했는데 모두 받아들여졌다고...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집에 가서 해보세요."
   "두 개 하면, 우습겠죠?"
   "똑같은 디자인이 아니라서..."
   "가질래요."
그 날 둘은 일부러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먹으러 나갔다.
그만큼 영진에게 용기가 붙은 것이라고 했다.
운진은 새카맣게 탄 데에데가 흰 폴로 셔프을 입으니 유난히 돋보인다.
영진은 이 날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미스타 오의 팔뚝에 손을 얹었다.
   와아! 쇠 팔 같다...
   영진은 그의 팔뚝 사이로 손을 밀어넣었다. 와아, 갈비뼈도 딴딴해.
그녀로서는 남자라고 보고 아는 바 아빠와 오빠가 전부인데, 아빠는 늘 위엄만 찾는 반면 오빠는 허약하고 툭 하면 방에 쳐박혀서 잉잉 운다.
그녀가 최초로 대하는 외간 남자, 미스타 오는 사람들 많은 밖에 나오니 표정이 달라졌다.
영진은 용감하게 미스타 오의 팔짱을 꼈다.
그랬더니 운진이 그녀의 팔을 힘주어 잡아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섰는 중간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영진은 운진의 몸에 바짝 붙어서 사람들 가운데를 지나갔다. 다른 때 같으면 그녀는 사람들 곁으로 맴돌며 틈을 찾느라 쩔쩔 맸다.
또 한차례 사람들이 통로를 막았다.
이번에는 영진이 조금 앞서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사람들이 영진을 뭐야 하고 보다가 운진을 보고는 죄다 비켰다.
그 곳은 올 유 캔 이트 해산물 레스토랑도 있고 빅 보이라고 불리우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테리야끼 치킨 집이다.
운진이 영진의 손을 바짝 쥐고는 먹는 자리 사이를 지나가며 빈 자리를 부지런히 찾았다.
   "저기!" 
운진이 어느 마침 일어서는 자리를 큰 소리로 말하며 손가락질 했다.
그러자 조금 앞서 가던 한인 아베크가 돌아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이쪽 팀이 큰 목소리 하나로 자리를 빼앗은 셈이었다.
영진은 그 아베크가 마침 같은 교회 사람들이라 얼른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