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3 13-7x127
챌리가 두 주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볼티모어 내쇼널 공항에 도착한다.
"아빠! 나 김치에 밥 먹구 싶어!"
챌리가 전화에다가 첨부터 한 말이었다. "중간중간에 차이니스 푸드 사 먹었는데, 김치 못 먹으니까 미칠 뻔했어."
운진은 공항에 혼자 나갔다.
챌리가 끌고 오던 가방을 내팽개치고 달려와서 아빠의 목에 매달렸다. "아빠가 젤 보고 싶었어! 사랑해, 아빠!"
"여행은 재밌었어?"
"응!" 챌리가 마치 동생을 흉내내듯 해헤헤 웃었다.
"다른 것도 재밌었어?"
아빠의 말에 챌리가 응 하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빠의 팔뚝을 때렸다. "아빠!"
주니어가 가방 세개를 다 끌고 왔다. "헬로오!"
장인과 사위의 의미있는 미소와 악수 교환이 있었다.
"아빠 집에 갈 거야?"
"왜? 그럼, 어디 한국 레스토랑으로 갈까?"
"그러든지."
"그래, 그럼."
챌리는 한식 정식을 시켰다.
주니어는 미국인이 즐겨 찾는 테리야끼 치킨을 시켰다.
"아빠는 뭐 시켜?"
"난 짬뽕이나..."
"아! 나 짬뽕할래!"
"너 시킨 건 어쩌구?"
"아빠 먹어."
"나눠 먹던지." 운진은 챌리가 활짝 핀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고, 몇수저를 부지런히 뜨던 중, 챌리가 주니어를 슬쩍 보고는 말을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갔을 때 커즌 써니 만났거든?"
"오!"
순간 운진은 별로 상쾌하지않은 소식을 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 있대니?"
"음... 셒템버에 결혼하는데... 누가... 어 맨(a man)이 쑤엄마를 찾어."
"혹... 네임이... 티 섬씽(T something)?"
"응!"
챌리가 주니어를 얼른 봤다. "아빠두 알어?"
"그냥... 알게 됐어."
"아아. 그럼, 왜 찾는지도 알어?"
"아니."
운진은 자세를 바로 했다. "주니어 있는데 못알아듣게 우리만 얘기하지 말고, 다른 얘기도 하자. 그런 얘기는 나중에 따로 만나서 해도 되잖어."
"오..."
챌리가 그제서야 이제는 남편인 주니어를 팔꿈치로 툭 쳤다.
주니어가 고개를 들었다. "Oh, I wasn't listening. (아, 듣고 있지않았어요.)"
운진은 빈 젓갈질을 했다.
'수키의 셀폰에 캘리포니아 넘버가 있었지? 결국... 설이에게 연락을 해봐야 하나?'
이제 그의 머릿속에 다섯 남자의 박스가 구성되었다.
이유는 그도 모르지만, 알트를 맨 첫번째에 놓고, 제프, 제레미, 애담 그리고 티 뭐시기.
그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그들이 수키에게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뭐 하는 놈들인데 여자 하나를 중심으로 얽히고 섥혀서 인생들을 구기는지 알아봐지면 알아봐지는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궁금증이나 풀자는 것이다.
혹 그러다가 헤어지게 되는 사유라도 발견될지.
그래서 아주 부드럽게 헤어지게될지.
'에에. 부질없는 구상에 구질구질한 미련이다. 집어쳐라!'
운진은 퉁퉁 불어터진 국수를 한젓가락 집어 올렸다. "에이, 이 집 맛없다, 응!"
챌리가 그제서야 응 하며 젓가락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