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는 그녀대로 그랬다.
비단 아담 뿐만 아니라 그녀가 만나던 남자들이 무슨 일로 화를 내거나 만일 그만 두자고 하면 달려가서 물심양면으로, 육체로도 화해할 길을 찾곤 했었다.
심지어 돈도 끌어다 바쳤다.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용서하는 척 아니면 감동하는 척 해서라도 무마되곤 했는데.
단 한 남자. 즉 지금의 남편 운진만 예외이다.
그녀가 그의 심사를 건드리고는 설명이 따른 사과를 않고, 그저 키쓰라던가 무의미한 셐스로 무마하려 들었었을 때, 그 때 그녀는 그로부터 '비굴덩어리' 라는 표현을 들어야 했고 심한 경우 뺨따귀도 맞았다.
그녀가 돈을 언급했을 때, 그의 반응은 더욱 차가웠었다.
운진이라는 사내는 숙희가 여태까지 만나고 어울려 온 남자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그는 물욕에 초월한 사내였다.
그가 결혼 당시 그녀가 하자는 대로 가졌던 것을, 아니, 숙희가 다시 찾아주었던 것들을 몽땅 그녀에게 줘서 그녀가 맘대로 처리해도 상관하지 않았던 것만 보더라도 그랬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래도 그녀에게 수억불의 자산이 있다 하는데 거들떠 보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우디라는 사내는 별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가까이서 가지고 놀거나 괴롭히던 남자들이 조용해진 이유가 비단 그녀가 결혼이란 것을 했기 때문 보다는. 아니.
그자들이 쑤가 결혼을 했는데도 전혀 아랑 곳없이 치근덕거리고 맘대로 불러내고 하다가 차차 조용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남편 운진이 숙희의 셀폰을 받아서는 걸려오는 통화마다 아닌 말로 쌍욕을 서슴치않았고,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그자들보고 나와서 아닌 말로 한판씩 뜨자 하니 죄다 물러서는 것임을 그녀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 자신의 감정 변화를 반신반의 하면서도 차차 운진에게 즉 작전상의 남편에게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돈이 원하는 만큼 생기면 같이 달아나기로 약속한 아담을 슬슬 멀리 하기 시작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녀가 남편에게 작전상이 아닌 실제상황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놀래키지만 이제는 그가 눈 앞에만 안 보여도 겁이 난다.
비단 그 이유는 그를 곁에 있게 해야 적들로부터 안전할 거라는 작전이 아니라 이제는 행여 그가 떠난다고 말하고 정말로 그가 떠날까 봐 두려움이 오는 것이다.
그녀에게서 물적으로 심적으로 빼먹을 대로 빼먹고 등을 돌린 자는 랠프이다.
랠프라면 숙희가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이를 가는 인물이다.
'내 몸을 최초로 망가뜨리고 내게서 여자의 감정을 사라지게 만든 너, 랠프!'
그래서 그녀로 하여금 죽기 살기로, 아니, 몸을 망가뜨려 가면서 돈에 악착같이 매달리도록 만든 랠프에게 그녀의 복수심은 우선 돈을 거머쥐도록 해 준 알트를, 그의 평생 뻗쳐오는 손길을, 가라앉히고 나면 랠프란 자를 찾아서 재물로든 죗값으로든 무릎을 꿇릴텐데...
그녀의 복수심을 더욱 부채질한 사유가 제레미를 만나게 된 경위와 그가 랠프에게서 얻었다며 감히 셐스 비데오를 언급하면서 몸에 손을 대려 했었다는 것.
할 수만 있다면,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다 밝혀서 제발 복수해 달라 애원할 수도 있건만.
숙희는 운진이 어쩌다 끓여주는 라면 따위에도 감격해 하는 자신을 못 믿는다.
"라면 끓이는 것도 터득해야 하는 정도가 있소."
운진이 라면을 덜어주며 한 말이다.
그 때 숙희는 킴벌리를 흉내내어 '헤헤헤' 하고 웃었는데.
"으음! 진짜 맛있다아!"
숙희는 운진이 끓여준 라면이 어쩌면 쫄깃쫄깃하고 국물도 기가 막히게 맛있는지 버린 봉지를 꺼내 보기까지 했다. "이거잖어."
"자고로 글씨 못 쓰는 놈이 연필 탓하고, 기술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하고..."
"라면 맛있게 못 끓이는... 음, 이 라면 탓한다?"
숙희는 야양떨고 있는 그녀 자신을 놀란 듯이 돌아봤다. "진짜 맛있다아!"
"하이 소사이어티에서 고급만 드셨을 양반이 고작 국산라면에 감동하시다니."
"하, 하이 소사이어티?"
숙희는 동작을 멈췄다. 내가 하이 소사이어티에서 지냈다고?
운진은 두 팔을 앞으로 두르고 아내를 찬찬히 봤다.
설이가 결국 당신을 심판하러 옵니다. 와서...
당신의 불안감을 씻어줄 겁니다.
티미 탐슨! 좐 테잍은! 어서들 와라... And hurry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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