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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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5. 05:28

   숙희는 그녀가 거래하던 남자들이 거의 한꺼번에 적으로 돌아섰다는 느낌을 배제하지 못했다. 
그들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굉장히 협조적이었고, 그녀가 막대한 금액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목을 멜 정도였는데...
   '이러면 아담을 파트너로 여겨서는 진짜로 안 되겠구나!'
숙희는 지금은 출타 중인 남편에게 의문이 갔다. "저 이가 뭘 어떻게 한 건가?'
운진이 아내와 연루되어있는 사내들에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한 것은 없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단지 아내 즉 결혼한 여자가 외간 남자들과 몰래 연락을 취하고 하길래 잠깐동안 그녀의 셀폰을 받아서 그자들의 목소리들이나 들어본 것이 고작...
그리고 상대가 누구였든 간에 죄다 한번씩 욕을 해줘본 것 뿐이다.
그렇지만 그는 그 이후로 그 사내들이 그녀에게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그렇지만 운진의 그 간단한 행동이 밖의 남자들에게 영향은 미쳤다.
우선 알트: 그는 우디란 자에게서 욕을 먹고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분노했는데 차차 귀에 들어오는 정보에 의하면 결론적으로 바보가 아니라는 점.
부하들 중에서 섣불리 접근했다가 차 사고로 두 명이 영영 불구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누가 어떻게 해놨길래 개리가 갑자기 왜 쑤를 옹호하는 편으로 돌아섰는지 암만 머리를 짜내도 해답을 모른다.
   [게다가 이제는 그들이 명실상부(without a doubt) 사돈이 되었다!]
다음으로 제레미: 그는 알트의 명령으로 우디란 자에게 쑤의 셐스 비데오를 또 주려다가 이마에 자국남는 봉변을 당했다. 
처음 회사 미팅 때부터 기분 나쁜 눈초리로 째려보고 하길래 상대할 놈이 못되는구나 하고 무시하려 했는데, 그 날 빈 터에서 그 자가 보여준 행동은 마치 무술 영화에서 배우들이 하는 동작처럼 선 자리에서 가볍게 점프하더니 테이프를 정확히 차서 얼굴에 맞게 했다.
   [잘못 상대했다가는 그 가라테인지 뭐인지에 다치겠다!]
그리고 애담: 그 역시 알트의 명령에 의해 쑤를 불러내려 했는데 우디란 자가 전화에 나와서는 첫 대화부터 욕을 했다.
쑤가 작전상 결혼한 거라고 기다리라며 그 때 마지막 밤을 같이 보냈는데.
이제는 남편이란 자를 핑게로 돈 관리에서 이름을 빼질 않나. 
딸의 결혼식에 오지 말라 하질 않나.
버지니아까지 가서 제프를 만나주고 오니 또 다른 소리를 하질 않나.
   그래서 그들이 따로따로이지만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랬다.
쑤가 어디서 이상한 남자를 남편으로 삼아서는 그를 앞에 내세워서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반면 뒤로는 개리와 사돈 관계까지 만들어서는 정치적으로 사업적으로 알트를 대항하려 한다...
그렇다면 운진이 알게 모르게 숙희에게 끌려 다니며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인지.
   그는 솔직히 무얼 의식하고 숙희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단지 숙희와 얼떨결에 결혼을 하고, 그녀의 결혼에 대한 불성실에 불만인 것을 전화에 나온 외간 남자들에게 퍼부운 것 뿐이다.
그것이 역효과로 숙희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아봤자 그는 상관도 안 할 것이 분명하다.

   운진은 챌리 생부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것에 분개했다. 
   '요새끼가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피한 거야? 허, 요것 봐라...'
그는 영호도 따라 나올 줄 알았다. 어쨌거나 조카의 결혼식인데.
운진은 챌리의 생부가 피하는 것으로 판단한 후에 그가 임의로 작성한 명단에서 제일번인 그를 일단 뒤로 미뤘다. 여름에 싸이코 주몰을 동료로 삼아 손 보려던 계획은 일단 보류로 미뤘다.
   '다음 번엔 영호를 미끼로 해서 방심하고 나오는 챈스를 만들던가.'
   '그리고 챌리가 절대 모르게.'
그는 주로 낮에 나돌아 다녔다.
그가 물색하고 다니는 장소는 사람들이 빈번한 마켓이나 몰 같은 곳이었다. 
누굴 어떻게 손 보려면 으슥한 곳이나 산 같은 데를 선택하지 않나. 그러나 운진은 사람 많은 곳을 택하되 그래도 후미진 코너등을 눈 여겨 두고 다녔다.
이상한 데에서 만나자 하면 누구든 꺼릴 것이기 때문.
그래서 그는 일단 집에서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몰을 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일부러 더 사람들 눈에 띄일 장소를 찾았다. 
시비를 먼저 받으면 되는 것이다.
상대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들고.
상대가 이 대 일이나 덩치에서 차이 나는 백인놈 같으면 약자로 보이는 쪽이 반격했을 때 유리할 것이다.
만일 나오라 한 자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덤비면 더욱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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