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2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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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자수하러 간 지 만 이틀째.운진은 이 날도 술을 하고 있다.그가 앉은 자리에서 휘휘 둘러보면 리빙룸이란 데가 쓸데없이 넓기만 한 것 같다. 게다가 만일 자리에서 일어나 창으로 가면 내다보이는 땅도 쓸데없이 넓은 것 같다.   그는 작고 아담한 장소에서 시작하고 싶었다.그가 바깥 세일즈 일에서 돌아오면 아내가 적당한 넓이의 응접실을 치우다가 맞이하는.그는 늘 그런 상상을 눈 앞에 그려보곤 했다.   그는 그의 아내로 영란을 놓고 마치 촬영하듯 구경하기 시작했다.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머리에 수건을 두른 여인이 소파 나무장식을 딲고 있는 중이다.그는 열쇠꾸러미를 신장 위에 놓았다. "허니, 암 호옴!"   "어머!"여인이 놀라며 얼굴을 드는데.   "어?"    운진은 화면을 다시 봤다. 그 여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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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주몰이 일러준 약도대로 찾아가 봤다.주몰이 네모로 표기한 집은 정말로 네모 반듯한 이층집이었다.   여기, 펜실배니아 포도밭 가는 길이잖아!운진은 그 이층집 앞을 지나쳤다. 내가 이 길을 두번 지나가 봤나...매년 7월경이면 많은 교포들이 그 동네의 포도밭을 가득 채우곤 한다.거기서 직접 따고 담고 실어오면 밬스 크기로 돈을 받는.   그 여자가 왕년에 아까 그 집에서 살았었다 이거지.운진은 아무 길에서나 차를 돌려 나왔다.그리고 그는 잠시 헷갈리다가 고속도로를 찾을 수 있었다.그는 집동네로 가는 남행길에서 물이 도로 따라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런 데다, 십할, 사람 버려도 모르겠다!   영아는 오빠가 또 찾아와서 뭉기적거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영호는 여동생도 제부도 거들떠 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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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의 셀폰이 진동하며 벨톤도 냈다.운진은 발신인 확인도 헬로라는 응답도 하지 않고 셀폰을 귀에다 가만히 갖다댔다.클맄!   "아빠?" 챌리였다.그는 화들짝 놀랬다. "어, 챌리니?"   "주니어가 아빠를 만나고 싶어 해."   "아니..."   "아... You don't want to see him. (안 만나게.)"   "밖에 자꾸 말 퍼지게 하지 말자."   "아..."   챌리가 바로 곁에 있는 누구에게 신호를 보내는 기색이었다. "알았어, 아빠!"꾸룩!운진은 변덕부리는 자신이 미워졌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짐 싸서 나가자 하는 마음과 싸우더니 정작 딸의 전화에다 대고는 밖에다 말 퍼지게 하지 말자고...어쨌거나 이 겨울에, 제발로 걸어 들어갔지만 붙들려 있는 사람을 놔두고 헤어진다는 것은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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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가 쑤의 셀폰으로 통화를 시도했는데. 그 통화시도가 운진의 손에 걸렸다.그는 집에서 술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헬로..."   "!!!" 무응답.   "후즈 디스!"꾸룩!운진은 방금 걸려온 전화 번호를 찾아서 기입해 놓았다. 한 놈이 찾고? 그는 아내의 셀폰에 들어있는 주소록을 주욱 뒤졌다.   'Wait! Who the fuck?... That bitch's husband? (가만! 누구야, 씨발? 그 빗치의 남편?)' 알트는 쑤의 셀폰을 남자가 받으니 놀라서 통화를 얼른 끊은 것이었다. 그래 놓고는 괜히 부화가 치밀었다. '만일 남편이 맞으면 쑤 빗치에 대해 폭로할 아주 절호의 챈스였는데!'   그냥 대놓고 '당신 부인은 왕년에 내 애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냐' 하고, 놀려줄 수도 있었는데!알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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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가 또 사라진 것에 대해 알트가 불안 내지는 분노를 나타냈다.제프는 이미 구속입건되었으니 만날 일이 없고.제레미는 아무도 없는 빌딩에 혼자 나가 있는 걸로 포착되었고.요것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내가 그런 식으로 대하니 삐쳤나...아닌 말로 그것의 첫사랑이었다는 랠프는 펜실배니아로 돌아갔다는데...   혹 거기를 갔나?   "Go to Pennsylvania and find out to see if that bitch is there! (펜실배니아를 가서 혹시 그년이 거기에 있는지 알아보라!)"알트는 그렇게 명령을 내려놓고도 설마 하는 생각이 더 짙다. 설마 지금의 남편이란 놈한테 딸이 있다는 것을 밝힐까... 쑤 그 년이 얼마나 교활하고 비겁한데.그리고, "Find those stupid Kor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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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그 날로 버지니아주의 어느 특별 조사실로 옮겨졌다는 연락만 왔다.운진은 여러 방면으로 알아봐서 금융건에 견해가 깊은 변호사를 찾았다.그런데 그의 일차 접촉 후의 반응이 이랬다. 그들이 알고자 하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그 누구든 일체 면회금지이며, 필요하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 준다고...그리고 그 변호사가 덧붙였다. "I think she'll be okay since she knows a few in GOP. And the good thing she did is she surrendered. (그녀가 여당 내에 몇몇 아는 이가 있으므로 괜찮을 것 같소. 그리고 그녀가 잘한 것은 그녀가 미리 자수했다는 것이요.)"   "How do you know? (어떻게 아시요?)"   [내가 뭘 어떻게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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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입구에서 아이디 검사와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남편에게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정복 경찰에 의해 열손가락 지문을 찍혔다. 숙희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셀폰도 남편에게 맡겼다.부부가 미처 눈인사라도 할 겨를도 없었다.   운진은 방문객 목록에 서명하고 다른 방으로 안내되었다.그 방안은 대형 TV가 있고, 간단히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간이 시설도 있었다.운진은 들어온 문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주위의 책들을 둘러봤다.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책을 일단 집었다.좀 전에 들어선 문께를 한번 더 보고, 운진은 책의 중간쯤을 펴 들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운진은 깜빡깜빡 졸기도 했고 복도에 나가서 벤딩 머신의 스냌도 빼 먹고 등등 무료하게 시간을 죽였다.일단 금속탐지기를 통과했던 사람도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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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아무리 마음을 고쳐 먹어도 남편 앞에서 입이 안 떨어졌다.어떻게 나 사실은 자기와 처음 헤어지고 난 이후로 다시 만나서 결혼할 때까지.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이미 당시 은행장이었던 알트의 애첩이었고. 그가 지정해서 하라는 대로 뭇 남자들에게 섹스 서비스를 했었고. 그 외 서너 남자들과 돌아가면서 고정적인 섹스 파트너가 되었었다는...그 말을 할 수가 있나.나이가 든 후 알트는 다른 여자를 맞아 들이고 나서 쑤를 퇴기처럼 취급했고.그래서 그녀는 기업의 합병이라는 것을 선두 지휘하면서 돈을 빼돌렸다.   제프가 도와준답시고 그녀를 캘리포니아로 전근시켜주어서 갔는데.쑤는 거기서 티모씨라는 다른 남자를 만났고...같이 기거하는 설이 때문에 그를 집으로 들이지는 못 하고 거의 매일 외박하다시피 했고.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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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그저 울기만 했다.그러는 아내를 물끄러미 보던 운진이 잡힌 손을 빼고 일어섰다.    "자기!" 숙희가 눈물로 범벅인 얼굴을 들었다.운진은 그녀의 손길을 피해서 움직였다. "진짜 희한한 사람이군. 에잇, 비굴덩어리!"운진은 그 길로 집을 나섰다.   숙희는 겉옷을 거꾸로 꿰며 밖으로 내달았다.운진이 탄 벤즈 차가 마악 후진을 하려 했다.   "자기! 자기!"숙희는 옆 좌석 문 손잡이를 잡고 유리를 두드렸다. 그녀에게서 겉옷이 떨어졌다. 그래도 숙희는 추위를 아랑곳 않고 문에 매달렸다. "문 열어 봐, 응?"여기서 남편을 놓치면 끝이다.그와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숙희는 어쩌면 하늘을 다시 못 볼 지 모른다. 챌리의 말대로 누가 뒤를 따르고 남편이 비유한 대로 목에 상금이 걸렸다면, 그것은 보지 않..

pt.2 19-1x181 숙희의 실체

숙희의 실체   챌리 혼자 안방으로 조심스레 들어섰다.숙희는 챌리가 인사는 하면서 눈길을 피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챌리, 왜?"   "키미랑 만나서 사... 먹느라 늦었어요."   챌리가 우물쭈물거리다가 가까운 화장대 의자로 가서 앉았다. "전화... 못 했어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래도 사 먹은 건 잘 했어."챌리가 긴장한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억지 기침을 했다.   "무슨... 일 있니?" 숙희는 그녀가 괜히 떨렸다.   "엄마... 누가 뽤로우(follow) 하는 거 아세요?"숙희는 설마 했다. "집을 경찰이 살펴본 거는... 내가 알고."   "아아. 경찰... 폴리스말이예요?"   "뱃지를 보여줘서 알았어... 근데?"   "폴리스 맞으면, 뭐..." 챌리가 앉은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