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그들의 겨울 운진은 어쨌거나 약속은 약속인지라 성가대의 연습에는 빠짐없이 참여했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힘이 없고 그저 악보 콩나물 대가리나 읊는 정도였다. 그가 그러하니 그의 곁에서 그의 음을 따라잡는 이들도 자연히 소리가 안 나왔다. 성가대 대장과 지휘자는 불만이었지만 참는 기색들이었다.지휘자 선생이 쏘프라노 독창이 불참인데다가 알아보니까 버지니아 주에 내려가서는 연락 불통이라고 아주 노골적으로 식식거렸다.정작 아버지인 최 장로도 연락이 안 되어 소식을 모르겠다고 사죄만 했다.그런데 유독 운진만 눈치챘을까. 장로가 되어 갖고 거짓말 하는데?운진은 저도 모를 어떤 지레짐작에 몸서리를 쳤다. 집에 있으면서 안 나오는 거 같은데?반주를 맡은 영아는 어려운 부분을 자꾸 틀리게 쳤다.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