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기승이 한풀 꺾인다 싶더니 말복 지나 기온이 확 바뀌었다.그리고 찾아온 일요일에 한씨네가 나가는 교회에서 공희의 결혼식이 열렸다.운진은 이발하고 정장으로 차려 입었다.숙희는 처음에는 안 간다고 고집 피우다가 그녀 역시 정장 차림에 나섰다. "이백명 먹을 거 예산하고?" 그 교회 아랫층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숙희가 한 말이다. "백명분도 안 되겠네."숙희는 또 분노가 솟는다.그까짓 돈 몇푼 갖고 사람이 얼마나 치사해지는지 보면서. "식만 보고 갑시다."운진은 일부러 맨 뒷자리 아무 데나 앉았다.숙희도 그 옆에 앉았다.신부의 가족이면 당연히 앞에 마련된 자리가 있을 텐데.두 사람은 마치 남인듯 상관않는 것이다.공희모의 얼굴이 자꾸 뒤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결국 한씨가 뒤로 찾아왔다.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