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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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운진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지."   운진부가 결국 한마디 했다. "그렇게 놀라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소?"   "근데, 그 기집애는 안 돼요!"   "..."   "출신도 모르는 기집애를 어떻게 며느리로 받아들여요."   "그만하라니까!"결국 오씨가 약간 언성을 높혔고 운진모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수그러들었다. "소리는 왜 질러요?"   "그래도 아들놈이 사귀는 여잔데, 어떻게 단 한번도 저녁 초대를 안 한단 말이요."   "저녁 초대를 왜 해요! 그건... 인정한다는 건데."   "운서 말이, 둘이 엔간해서는 안 헤어질 거라 하잖소."   "에휴..."   "당신 이런 말 들으면 숨 넘어가겠지만, 정 아니면 둘이 당신 눈에 흙 들어갈 때까지 기다린답디다. 운진이 고집을 모르고 이러는 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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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는 화원으로 돌아와서 운진이 이미 퇴근했음을 알았다.   에이. 자랑스럽게 말할 게 있었는데.숙희는 욕실로 가면서 복도에서부터 옷을 훌훌 벗었다. 사랑을 잘못 표현하면서 그게 남한테 피해가 되는 걸 전혀 고려치 않는 인간들은 하워드처럼 혼나 봐야 해!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약을 중탕하기 위해 냄비에 물을 담아 스토브에 올려놓았다.그러한 동작을 하면서 숙희에게서 콧노래가 나왔다.   상훈이도 운진씨의 기세에 눌려 꼼짝 못 하는 것을 봤지.   아빠도, 운진씨가 싸가지 없이 군 거는 거슬리지만, 꼼짝 못 하고.   공희엄마도 이상하게 운진씨한테 절절 매는 것 같고.   운진씨!   그대는 나의 방패요 울타리임에 틀림없는데...그런데 그를 백프로 확실히 가졌다는 확신이 아직 모자란다.물론 그런 것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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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희가 주선하기로 한 이글 파이넨셜의 두 지사는 다른 에이전트에 의해 다른 곳으로 팔렸다.팔림과 동시에 그 사무실들은 폐쇄되었다고.숙희는 돌려 받은 사진을 찢어 버렸다.그런데 그 두 지사가 다른 데로 팔린 것으로 인해 어떤 말썽이 일어났다.하워드가 제인을 만나서는 쑤가 고의로 다른 데로 넘겼다. 나한테 안 주려고.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는데.   제인이 그 말을 쑤에게 전화로 말했다. 하워드를 조만간 만나는 게 좋을 거라며.숙희는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출퇴근 길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언제 하워드가 나타날까 봐.그녀는 코미쑌이 반으로 나뉘어 돌아오는 것을 사양했다.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시를 밖에다 나타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하워드에게 꼭 밝히기로.   '내가 관여했다면 코미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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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진은 어쨌거나 피앙세와의 저녁 약속을 지킵시다 하고, 둘은 정말로 나갔다.둘은 한국식 식당으로 갔다.둘은 서로 말 없이 음식을 주문하고. 서로의 앞을 내려다 보고 하다가 결국 숙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워드는... 나를 은행 일에 깊숙히 알도록 가르쳐 준... 선생인 셈인데."   "전에 말했잖아요."   "근데... 그의 의도가 안 좋았어서 헤어, 그만 둔 거야."헤어졌다는 표현과 그만 두었다는 표현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얼마만큼 밀접한 관계였었나를 가늠할 수 있는 표현의 차이이기 때문이다.그만 두었다는 말은 직장을 떠났다는 말.헤어졌다는 말은 인연을 끊었다는 말.   "녜. 말했잖아요."   "근데, 참 끈질기게 구네."   "같은 직종에 종사하다 보면 더러 마주치는 일이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