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가 주선하기로 한 이글 파이넨셜의 두 지사는 다른 에이전트에 의해 다른 곳으로 팔렸다.
팔림과 동시에 그 사무실들은 폐쇄되었다고.
숙희는 돌려 받은 사진을 찢어 버렸다.
그런데 그 두 지사가 다른 데로 팔린 것으로 인해 어떤 말썽이 일어났다.
하워드가 제인을 만나서는 쑤가 고의로 다른 데로 넘겼다. 나한테 안 주려고. 가만 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는데.
제인이 그 말을 쑤에게 전화로 말했다. 하워드를 조만간 만나는 게 좋을 거라며.
숙희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출퇴근 길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언제 하워드가 나타날까 봐.
그녀는 코미쑌이 반으로 나뉘어 돌아오는 것을 사양했다. 절대 관여하지 않았다는 표시를 밖에다 나타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하워드에게 꼭 밝히기로.
'내가 관여했다면 코미쑌이 왜 안 나왔겠느냐...'
그리고 그녀는 운진에게 일체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워드의 출현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차차 없어져 갈 즈음.
그러니까 그녀가 아 안 나타나나 보다 하고 방심하던 어떤 날.
그녀는 퇴근하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그에게 출입을 주선해 주었을까, 하워드가 그녀의 뒤에 나타난 것이다.
"하이, 쑤!"
허걱!
숙희는 문자적으로 놀라서 벽을 손으로 짚어야 했다.
엘레베이터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안에는 하필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렛츠 고!" 하워드가 쑤의 등을 확 밀었다.
숙희는 열린 공간으로 고꾸라질 뻔 하다가 섰다. 그리고 그녀는 하워드가 서 있을 거리와 위치를 짐작으로 가늠하며 돌려차기를 구사했다.
퍽!
그녀의 하이힐 뒷축은 하워드의 목에 가서 정통으로 맞았다.
어쿠!
하워드가 목을 잡으려다가 비실비실 뒤로 물러났다.
숙희는 이제 그 정도로 몸에 기운이 붙은 것이다.
우리 운진씨가 약을 두번씩이나 먹인다! 이럴 때 기운 내라고!
숙희는 하워드를 쫓아가서 그의 허벅지를 로우킼으로 걷어찼다. "배스터드!"
어쿠!
하워드가 쓰러지며 매끈한 복도 바닥에 몸으로 걸레질을 했다.
사람들이 더러는 피하고 더러는 우우 모여 들었다.
하워드가 목을 잡다가 허벅지를 잡다가 하며 몸부림을 쳤다.
"You Liar!"
숙희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시큐리티!"
복도를 감시하는 폐쇄회로 카메라에 하워드가 쑤를 엘레베이터로 밀어 넣으려는 공격이 비록 선명하지 않으나 충분히 식별되도록 잡혔다.
그리고 쑤가 돌려차기로 하워드를 공격한 것도 잡혔다.
사람들이 우우 몰려드는 것도.
그리고 경비들이 달려와서 하워드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잡혔다.
숙희는 하워드가 밖으로 쫓겨나게만 했다.
더 진전했다가 백인애들의 앙심을 받을까 해서.
숙희는 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대의 이상한 시도가 맘에 안 든다고.
그러면서 숙희는 자신이 대견하다고 느낀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용기들이 생겨났지? 희한하네!
그녀는 전 같았으면 이리 밀리고 저리 채이고 하면서 상대가 스스로 수그러들기만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하워드가 운진을 직접 만나고 난 후 서먹해진 사이를 핑게로 분풀이를 했다.
그녀는 스스로 알고 보니 하워드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게 아님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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