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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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9. 07:32

   숙희는 회사에 출근해서 운진과 상의한 대로 말했다.
남 캐롤라이나 주로의 전근은 피앙세가 반대해서 불가능하고 하니까.
   [대신 회사에서 다른 이를 이글에다 추천하시길...]
그녀의 말에 전무급 상사의 눈썹이 올라갔다. "Which means? (그런 뜻은?)"
   [피앙세가 일을 그만 두라 합니다. 그가 사업을 더 크게 키우거든요.]
   [왜 그만 둘 생각을 하는지?]
   [그는 내가 출장 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더구나 곧 결혼할 건데, 전근은 천만에라고...]
   "Somebody's playing game. (누가 잔머리 굴리고 있군.)"
   [나는 해고 당했다가 이글에서 찾는다 하니까 재취업한!...]
   숙희는 일이냐 운진이냐 둘 중에서 이 때 만은 운진을 택한다. [이글에서의 의뢰가 아니었으면 나를 재고용했을 리 없다는... 내 피앙세의 말이 옳아요!]
숙희는 그 자리에서 아이디 뱃지를 전무급 상사 책상에 빼놓고 돌아섰다.

   "저혈압이니까, 발에서 불이 나지이..."
   한의 양반이 혈압계를 접으며 하는 말이다. "피가 발끝까지 갔다가 쌩하니 돌아와야 하는데 심장에서 팍팍 쏴주질 못하니까, 피가 발에 머무는 거야아."
이제 그는 숙희의 손목을 잡고 눈을 감는다.
   "음... 아직... 신장하고 간이 약해. 전보다는 나아졌는데, 아직 제 구실을 못..."
   그가 그녀의 손목을 바꿔서 짚는다. "늘 걱정하고... 간을 졸이며 생활하나봐."
그 대목에서 한의 양반이 운진을 봤다.
운진은 숙희를 봤다.
   "미스타 오가 그러나?"
   "글쎄요... 전 잘 해준다고 노력하는데..."
   "..."
숙희는 '간 졸이며 산다'는 말에 목이 아파온다. 그런 게 맥 짚으면 나오나?
   "우리가 툭 하면 기가 막힌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그러지."
   한의가 맥 짚던 것을 마치고 종이를 끌어 당긴다. "사람이 진짜로 기가 막히면, 말도 안 나오고 걷지도 못해. 심하면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양반이 제 허리에서 아랫부분을 짚는다. 
   "이 부근이 기야. 거기가 탁 막히면 꼼짝 못해."
   그가 숙희더러 그녀가 걸터앉은 얇은 요 위에 엎드리라는 손짓을 했다. "미스타 오가 애인 셔츠 벗겨서 등 나오게 하라구. 기 살리는 침 하나 놔줄테니."
   "녜."
   "네?"
한 사람은 여자 친구의 셔츠를 만지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옷을 잡으며 깜짝 놀랜다.
   "어느 여자들이건, 내 앞에서는 다 벗고 누우라면 다 그래애. 처자만 내가 미스타 오를 잘 아니까 대신 벗기라는 거야아."   
   "어떡해..."
   "그럼, 다 벗지는 말구, 등만 나오게 할까요?" 운진이 한의에게 물었다.
   "괜찮아. 여긴 아무도 안 들어와. 그리구, 남자 친구가 같이 있는데, 뭐."
한의 양반이 침구통을 덜그럭거리며 만진다.
숙희는 하는 수 없이 돌아서서 그러니까 운진에게는 앞면을 보이고 셔츠를 벗었다. 천장의 형광등 불빛 아래 그녀의 허옇고 건장한 상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브래지어 앞을 두 팔로 가렸다.
   "허우대만 멀쩡하구 기가 하나도 없어." 
한의가 숙희의 잔등을 여기저기 누르며 하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숙희가 몸을 뒤틀며 아야 아야 했다. 
   "아, 아퍼..."
   숙희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다 글썽거렸다. "일부러 더 아프게 하시나 봐..."
   "엎드려." 한의가 숙희의 등을 사정없이 밀었다.
숙희가 엎드리며 운진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
운진은 그녀의 양팔을 가지런히 해줘서 유방이 가려지게 했다.
곧 그녀의 등과 어깨 골반 위 같은 곳에 바늘이 수도 없이 꽂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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