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8-1x171 영진 돌아오다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9. 07:32

영진 돌아오다

   숙희는 숙취 때문에 자리에서 못 일어났다.
그것을 본 운진은 아이에프티씨에다가 전화해서 그녀가 여독으로 못 일어난다고 전했다.
숙희는 오후 두 시가 넘어서 눈만 간신히 떴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술은 과수원에서 했는데, 누워 있는 데는 화원의 침대 위이다.
그런데 그녀가 누운 시트의 감촉이 참 보드랍다. 마치 맨살에 닿는 듯. 
그녀는 손만 움직여서 몸을 더듬었다.
허걱!
그녀는 알몸이다.
유방은 눈에 직접 보이고 당황하는 손에 음모도 만져졌다.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침대 시트를 턱 밑까지 끌어당겼다. 내가 왜 빨가벗고 있지?
그녀는 고개만 돌려서 방 안을 살펴봤다.
연이어 그녀는 어떤 구수한 냄새를 맡았다. 언니? 운진씨?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운진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맨 어깨를 내놓고 시트로 몸을 꽁꽁 싸맨 상태로 침대에서 국물 그릇을 받았다.
한 손을 놓기만 하면 시트가 흘러내려서 벗은 가슴이 나오려 하기 직전이다.
운진은 콩나물국을 추레이에 담아 와서 주기만 하고 도로 나갔다.
숙희는 손 하나를 시트 속으로 넣어서 아랫도리께를 또 더듬어 봤다. 손가락은 서슴없이 약간 벌어져 있는 그곳을 만졌고 익숙하지 않은 어떤 분비물을 재확인한 후 나왔다.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우리 뭐 한 건가?
   숙희는 콩나물국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그리고 평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녀가 화원 안채의 리빙룸으로 나가니 아무도 없다.
그녀는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는 역시 과수원에서 응답을 하는 것이었다. "바로 갈께요."
꾸뤀!
숙희는 통화 끊기는 소리가 참 싫다. 
특히 상대방이 수화기를 탁 놓는 듯한 느낌일 때는 더욱 싫다. 
지금의 운진이 그런 소리를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숙희씨는 진짜 잠버릇..."
   운진이 말하다 말고 웃었다. "진짜 술 하지 마셔야 해요."
왜 하는 숙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지금이 한겨울로 가는 계절인데, 열 난다고 말예요."   
   운진이 옷 벗어 던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옷을 그냥..."
   "내가... 벗었다구?"
   "홧홧증이 난대요. 여름에 오션 씨티 놀러 가서 텐트 안에서 잘 때처럼."
   "갑갑할 때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그럼... 운진씨는... 나 벗고 잘 때... 어딨었어? 나랑 같이 잤어?"
   "이번에는 같이 안 잤죠."
   "그럼... 나 벗은 다음에 따로... 잤어?"
   "덥고 답답하다고 셔츠를 벗어 던지길래 전 그 때 말렸죠."
   "..." 숙희는 그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그랬더니 절 막 때리면서..."
   운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술 들어가시니까 힘이 얼마나 좋으신지..."
   "..." 숙희는 자신이 알몸이 되어 그를 때린다고 했나 하니 부끄러워졌다.
   "진짜 어디 가서 술 하지 마세요. 큰일 나겠어..."
   "기억이 안 나는데..." 숙희는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납니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한의를 또 가 봐야 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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