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가 운진에게 숙희의 브래지어를 풀라고 손짓했다.
숙희는 고슴도치처럼 침이 무수히 꽂힌 상태라 느낌으로 감지하면서도 그의 손이 브래지어 호크를 여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녀는 유방이 보일까 봐 두 팔을 양 옆으로 최대한 붙였다.
한의가 등뼈 중앙 부근을 꾹꾹 눌렀다.
"아! 아파요!" 숙희는 몸을 뒤틀었다.
"꽉 맥혔어. 부황 좀 뜨자구."
"네?" 숙희가 일어나려 했다.
"어, 그건, 좀 그런데요, 어르신."
"그럼, 지압 좀 해 줄까."
한의가 그녀의 등뼈를 목에서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누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만져지는 곳 마다 아파서 신음을 냈다.
그녀는 바지가 엉덩이에 반쯤 걸쳐진 느낌이라 하반신도 최대한 붙였다.
그것도 잠시 숙희는 온 등에 침을 꽂고 엎드린 채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한 이십분 놔 두자구. 한숨 자고 나면 한결 가벼워질 게야."
한의가 침들을 톡톡 건드리며 한 말이다. "늘 긴장하며 사는 타입이야. 이러고 어떻게 살아. 미스타 오가 그러는 건 아니잖아."
"저도 모르는 일이죠."
"왜애. 내가 보더라도 자네는 편안하잖아."
한의 양반의 운진을 보는 눈길이 웬지 남 다르다.
이 집 딸이 오빠의 친구 미스터 오를 아직도 흠모하는데.
운진은 환한 불빛 아래 숙희의 벗은 등을 찬찬히 봤다.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살을.
밖에서 문을 똑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운진은 이 시간에 환자가 왔나 하고 문을 쳐다봤다.
"누구냐..." 한의가 조그맣게 그러나 힘 있게 말했다.
방문이 빼꼼히 열리며 이 집 딸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한의 양반이 운진을 봤다. "우리 재리네..."
"아빠랑 미스터 오 오빠랑... 차 드시라고."
이 집 딸이 치렁치렁한 홈웨어 바람으로 들어왔다. 그 야들야들한 천의 홈웨어가 그녀의 몸을 휘감고는 단단할 것 같은 복부 뿐만 아니라 심지어 두덩의 윤곽도 나타냈다.
그녀가 쟁반을 내려놓고 찻잔 하나는 받침과 함께 아버지 앞에 그리고 또 하나는 운진의 무릎 앞에 놓고는 그와 한 자 정도 띄웠다.
그녀의 눈길이 등을 내놓고 엎드린 숙희에게로 갔다.
"이거 내가 우리 집 식구들을 위해서 특별히 만든 차야. 들라구."
한의 양반이 찻잔을 집어서 권하며 하는 말이다.
"녜."
운진은 옆의 시선을 의식하며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찻잔을 코 앞에서 사알 돌렸다.
"쌍화차 같지?"
"녜."
"들라구. 남자들한테도 좋은 거니까."
"녜."
이 집 딸이 한 팔을 바닥에 짚고 몸을 앞으로 약간 구부렸는데, 홈웨어 앞섶이 약간 벌어졌다. 그 안으로 풍실한 젖무덤의 윗부분이 말끔하게 느껴지도록 보였다.
운진은 시선을 아주 천천히 돌렸다.
"기 뚫어주는 거야, 아빠?'
이 집 딸이 숙희의 등에 무수히 꽂힌 침들을 보더니 한 말이다.
한의 양반이 눈으로 꿈쩍하고 대답을 했다.
이 집 딸의 손이 살그머니 뻗더니 숙희의 바지를 조금 올려서 볼기 골이 드러난 것을 가렸다.
숙희가 깜빡 잠들었으면서도 그런 감촉을 느꼈나 다리를 움직였다.
"와아! 몸매가 미쓰 코리아 같애." 이 집 딸이 그렇게 말하며 운진을 봤다.
한의 양반이 침 하나를 슬쩍 건드렸다. "이 침 맞고 나면 키가 더 커질 거야."
늘 의기소침해서 몸이 쪼그라들었다가 침 맞고 나면 풀어져서 그렇다고.
"지금도 큰데, 아빠."
"부럽지,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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