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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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5. 01:34

   이튿날 일요일.
아침부터 찬비가 내렸다.
운진은 교회에 일찍 갔다.
지휘자 선생이 그를 보고는 반색했다. 사촌동생한테 쏘프라노와의 이중창을 시켜보려 하는데 말이 통할 것 같으냐고. "미스타 오가 하라면 할 것 같은데 말야."
   "괜찮으시겠어요?"
   "뭐가?"
   "제 사촌동생이 아직 경험이 많지않아서."
   "연습을 많이 시켜보지, 뭐."
   "얘기는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운진은 정문 앞에서 밖을 계속 살폈다.
정문을 들어오는 이들이 다들 운진이 안내인줄 아는지 인사를 한다.
운진도 구십도로 인사하며 눈은 계속 밖을 살폈다.
기왕 나왔으니 성가대에 올라가야 하는데...
   운진은 그칠 줄 모르는 비를 원망한다. 날씨가 이래서 다리가 아프나. 집에 가 볼까? 다리가 아파서 못 움직이나? 직접 온다 했어도 가 볼 걸!
멀리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예배가 시작한다.
운진은 하는 수 없이 정문으로 돌아섰다.
그 때 듣기에도 소형차 바퀴가 주차장에 흐르는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진은 얼른 되돌아섰다.
하늘색 혼다 승용차가 주차장에 들어와서는 차 댈 자리를 찾느라 움찔움찔 했다.
운진은 차를 알아서 댈 테니 그냥 두고 내리라는 손신호를 보냈다.
숙희의 동작이 차의 기어를 주차로 넣는 것 같았다.
비는 계속 똑같은 추세로 오는데.
운진은 그 차의 운전석 쪽으로 뛰어갔다.
숙희가 차에서 내리다가 물을 딛었다. 
그녀는 신에 물이 들어가니 그것부터 내려다 보며 움직이다가 엉덩이로 차 문을 밀었다.
   "어머!"
   "아?" 
둘은 동시에 놀랬다.
차 문이 잠긴 것이다. 차의 엔진은 돌아가고 있는데.
게다가 숙희는 스커트가 잠긴 문 사이로 끼었다. 비는 같은 추세로 오는데.
숙희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다가 스커트가 벗겨질 뻔 했고.
운진은 그녀의 스커트를 빼주려고 문을 흔들어 보고.
둘의 옷은 금새 젖어갔다.
운진이 차 전체가 흔들리도록 문을 마구 흔들어서 숙희의 스커트가 빠졌다.
   "어머!"
   "얼른 들어가세요!" 
   운진은 숙희를 보낸다는 것이 그녀의 엉덩이를 힘껏 밀었다. "어우! 죄송!"
숙희가 운진의 등을 한 대 딱 때리고는 건물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정문 앞 처마에서 물이 줄줄 흐르는 옷을 손으로 들추며 차 있는 쪽을 봤다.
운진은 비를 철철 맞아가며 잠긴 문을 어떻게 해보려고 흔들기만 했다.
그 때 무슨 장비를 가득 실은 대형 추렄이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 추렄에서 작업복을 입은 사내가 내렸다. 
두 사내는 차 안을 들여다 보고 문을 흔들어 보고 했다.
작업용 추렄에서 내린 사내가 혼다 차의 옆으로 돌아갔다.
그가 그 문을 잡아 당겨보는데, 그 또한 잠겼다.
숙희는 처마 밑에서 그냥 바라다 보기만 했다. 숙희는 오한이 조금 들면서 저 해프닝이 어떤 암시일까 하는 긴장감도 들었다. 그녀는 이상하게 익숙한 장면을 대한다고 여기는 중이었다.
작업복의 사내가 제 추렄 뒤로 올라갔다. 그가 비를 공중에서 맞아가며 뭘 정신없이 뒤졌다.
운진은 그 새 해치뱈 도어로 돌아가서 이리저리 더듬으며 흔들어댔다.
   둘의 눈길이 빗속에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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