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이 뛰어오더니 숙희더러 어디로 가자는 손신호를 했다.
"어딜 가요?" 숙희는 펑 젖어서 달라붙은 옷이 신경쓰인다. 몸이 다 비쳐 보이는 것이다.
그녀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차를 돌아다봤다.
좀 전의 작업복 입은 사내가 꼬챙이 같은 것으로 문을 어찌 하려고 하고 있다.
운진이 어디로 꺾어지는 복도를 가리켰다. "여전도회 방요."
그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
숙희는 통로 가운데에 서서 사방을 둘러봤다.
웅장한 올갠 소리와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통로를 가득 채운다.
운진이 몸에서 물을 줄줄 흘리며 들어왔다.
그가 그녀더러 왼쪽으로 가라는 손짓을 했다.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숙희는 자신의 옷이 속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서 통로로 얼른 들어섰다.
성!
오! 차 치웠냐?
예!
수고했다. 너 아니었으면 일 날 뻔 했다야.
성. 차 키.
오. 그래.
숙희는 두 남자의 대화를 들으며 이제 여기서 어느 방을 말하나 하고 기웃거렸다.
운진이 코너를 바로 돌아왔다. "곧장 가세요."
"앞에 가세요."
숙희는 그가 뒤에서 젖은 옷을 통해 몸을 보는 게 싫어서 그랬다.
그랬다가 그녀는 웃었다. 어차피 이 남자가 차 태워주면서 여기저기 다 만졌는데.
이제서야 그녀는 그의 손길을 의식하는 것이다.
그가 마주 보이는 방의 문을 열고 들여다봤다. "마침 아무도 없네요. 여기 계세요."
"이 안에..."
"어디 타올 좀 있나 찾아볼께요."
"저어."
"녜?"
"제 백이 아직 차 안에 있어요."
"알았어요. 가져다 드릴께요." 그가 밖에서 방문을 닫으려 했다.
숙희는 손을 얼른 내저었다. "저어."
"녜?"
"고마와요."
"어이, 시이. 뭘요."
그리고 그가 곧 사라졌다.
숙희는 그제서야 제 몸을 내려다봤다.
그날 따라 입고 온 얇은 블라우스는 물처럼 몸에 달라붙었다. 그 안의 흰 브래지어가 다 비치고 치마도 젖었다. 젖은 치마는 하반신의 굴곡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심지어 튼튼해 보이는 사타구니께도.
문이 밖으로부터 벌컥 열렸다.
숙희는 허걱 하고 놀랬다.
타올이 공중에 떴다. "자요!"
"네!" 숙희는 타올을 얼른 받았다.
문이 도로 닫혔다.
숙희는 타올로 젖은 머리부터 짰다. 그리고 블라우스를 허리춤에서 빼내어서는 타올로 살의 물기를 딲았다. 그리고 치마 안의 허벅지도 딲나 하는데.
문에서 이번에는 노크 소리가 났다.
숙희는 새삼스레 노크냐고 미소가 나왔다. "네!"
문이 열리고 그녀의 백이 공중에서 대롱거렸다.
"고마와요." 그녀는 그 백을 받으면서 손이 다른 것을 알았다.
그 손은 노동하는 이의 것인지 크고 두터워 보였다.
그런데 그 손은 얼른 사라지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