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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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6. 05:14

   그러나 일은 두 사람의 꿈대로 계획대로 돌아가지는 앉았다.
공희모가 그 장로교회로 찾아가서는 온 교회가 떠나가도록 난리굿을 피웠다.
운진이 배달일을 마치고 화원으로 돌아오니, 그의 부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뭔 일이 또 벌어졌구만!
운진은 불길한 예감을 애써 감추며 추렄에서 내렸다. "엄마. 아부지."
그는 숙희가 퇴근해서 오기 전에 부모와 얘기를 끝내자고 서둘렀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네가 동거하는 여자는 애비를 정확히 모른단다.
   걔 엄마를 한씨가 만나서는 불쌍해서 거둬 키워준 여자애란다.
   "네가 오씨 집안의 삼대 독자인데, 그런 여자를 맞아 들여서야 되겠니?"
   그의 모친은 차근차근한 서울 말씨로 아들을 타이른다. "이제 막 정이 들려고 할 때 일찌감치 마음 접고 걔는 돌려 보내라."
그의 부친은 아들을 묵묵히 보기만 할 뿐이다.
운진은 다른 이유로 화가 난다.
모친이야 당연히 아들을 말릴 테고. 
그런 말을 일부러 찾아가서 하는 한씨부부의 진정한 속셈은 뭔가.
숙희의 모친이 시장 바닥에서 일수놀이를 하며 딸을 대학 공부까지 시켰는데. 
그리고 숙희는 미국 와서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또 하나의 학위를 땄다고 하는데. 
그리고 이제 직장생활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데. 
소위 계모라 해도 어딜 시골의 글자도 모르는 노총각한테 시집이나 가라니.
   "그건 젊은 여자한테 죽으라는 거나 매 한가지거든, 엄마."
   "그야 근본을 모르는 애니까. 그런 애가 공부를 많이 했다고 옛탈이 벗어지는 건 아니란다. 둘이 이제 만났고, 몇번 정 통했는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그 애도 너한테 깊은 정이 들기 전에 돌려 보내."
   "하여튼 알았으니까... 두 분 가세요."
   "그렇게 해. 응?"
   "알았어, 엄마. 하여튼 오늘 얘기는 여기서 더 확대하지 마, 엄마."
운진은 그렇게 부모를 보내놓고.
   펜실배니아에 고모네 있다고 했지...
   그 고모가 여기 숙희씨 아버지 한씨의 진짜 여동생은 아니지.
   그런데 애비를 모른다는 말이 뭐야. '숙희씨는 나더러 한씨가 친아버지가 아닌 것을 새삼스레 계속 강조하듯 말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만 했는데.'
   그런데 호적에다 올려서 나중에 미국도 데려 오게 했는데. 
   엉뚱한 놈한테 시집 가라니.
   씨발, 무슨 잠꼬대야!...

   그 날따라 숙희는 일이 많았다고 늦게 퇴근했다.
그녀는 눈치가 빠르다. 그녀는 운진이 저녁을 차리며 평상시처럼 군다고 했지만 그에게서 굳어진 분위기를 간파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아뇨." 운진은 그녀의 지나친 조바심이 맘에 안 든다.
숙희는 국을 뜨며 조심스럽게 또 물었다. "무슨 기분 나쁜 일 있었어요?"
   "아뇨. 오늘 배달이 많았어서 힘이 들었나 봐요."
   "네..."
운진은 둘이 시간 나는 날 펜실배니아를 가 보자는 말이 안나온다. 
그렇다고 혼자 알아봐서 다녀오기도 뭐하다. 
한씨 그 냥반한테 깨놓고 물어 봐?
운진은 숙희가 설겆이를 하겠다는 것을 얼른 씻고 쉬라고 들여 보냈다. 그는 설겆이를 하며 전혀 다른 구상을 한다. 
우리 둘이 아예 뜨자!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설겆이를 부지런히 마쳤다. '숙희씨가 싫다 하면... 끝내는 거고.'
숙희는 욕실에서 나오며 부엌쪽을 가만히 살폈다. 아무래도 그의 분위기가 평상시와 몹시 다르게 심상치 않은 것이다.
운진은 부엌 냉장고에서 맥주병 두 개를 꺼냈다.
숙희는 얼떨결에 병 하나를 받았다. "술은... 왜요?"
   "주말에... 저랑 어디 좀 갑시다."
   "어딜 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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