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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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6. 05:11

   운진은 월요일에 배달 추렄을 몰고 숙희의 직장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그는 경비가 그저 기다리란다고 전해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출근은 하는구나.
운진은 배달이 늦어지면 기다리는 상점에서 회사로 전화 연락이 갈 텐데 하고 조바심이 났다. 에라이! 나중에 오던가 아니면 연락오길 기다리던가. 난 일단 마저 마쳐야겠다.
운진은 그 회사의 라비를 나섰다.
디 씨 경찰이 그가 세워놓은 추렄을 이리저리 보다가 턱을 치켜 들었다. 
운진은 그 흑인 경찰에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추렄에 올라탔다.
그의 배달 추렄이 건물 앞을 떠난 직후, 숙희가 달려 나왔다. 
그녀는 운진의 짙은 색 추렄을 찾다가 멀리 사라지는 어떤 배달 추렄을 봤다.
   그녀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다가 돌아섰다.

   운진은 그 날의 배달을 다 마친 후, 그 때쯤 디 씨로 달려가 봐야 다들 이미 퇴근했겠다 하고 화원으로 돌아갔는데.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않고, 그대로 개를 끌러서 나섰다. 
이유 모를 화딱지가 나는 것을 뜀박질로 풀어보려는 듯이...
그랬다가...
숙희는 깜깜해져서야 추렄을 몰고 달려온 운진을 보고 이유 모를 눈물이 나왔다.
   "기다리라는데, 왜 그냥 갔어요? 일부러 날 골탕 먹이려고 그런 거잖아요!" 
   숙희는 그를 알고 나서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싫으면 마세요."
운진은 반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추렄에서 내렸다.
숙희는 두어 걸음 더 떨어지며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그 동안 어디... 계셨는데요." 그의 음성은 몹시 낮았다.
   "무슨 상관이예요?"
   "무슨 상관이라뇨!" 
   운진도 소리를 꽥 질렀다.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집을 나가서 며칠 째 소식이 없는데! 그래도 제가 한숙희씨를 걱정한다고 자부하는 놈인데! 며칠 동안 어디 가서는 연락도 없는데!"
숙희는 운진을 슬쩍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저 귀 안 먹었어요."
   "그 동안 어디 있었냐구요!"
   "코-워커네요."
   "여자예요?"
   "당연하죠!" 숙희는 펄쩍 뛰었다.
운진이 숙희를 훑어봤다. "그 옷은 어디서 났어요."
   "코-워커의 크레딧 카드로 샀어요. 주급 타면 갚기로 하고."
   "그럼, 그 코-워커인가 하는 이가 그 날 밤 집까지 와서 태워갔단 말예요?"
   "네. 집에 한번 놀러왔었어요."
   "오늘, 그럼, 그 집에 데려다 줘야 해요?"
   "음..."
   숙희가 입술을 달짝거렸다. "내일 아마 결근할 거라고 말했어요."
   "뭘 아네. 타요! 쩟!"
숙희는 새삼스레 운진의 눈치를 보며 추렄에 올라탔다.
   운진은 디 씨에서 메릴랜드로 안 가고 차라리 버지니아로 빠졌다.
그는 힘 별로 안 들이고 음식점 하나를 찾았다.
숙희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짬뽕을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리고 그녀는 돌아오는 추렄 안에서 마구 흔들리며 잠이 팍 들었다.
운진은 화원에 도착해서도 내리지않았다.
숙희는 머리를 창턱에 대고 아주 곤히 잠들었다.
   그 동안 잠도 안 잤던 거야?
운진은 숙희의 몸을 찬찬히 훑어봤다. 그 말을 믿어도 되는 건가...
겉으로 본다고 여자가 뭘 어떻게 했나를 알 재간이 있나...
   무슨 일인데 집 놔두고 동료사원네서 일을 다녀...
   그리고 무슨 여자가 툭 하면 집을 나가?
운진은 슬슬 숙희란 여자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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