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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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4. 01:27

   숙희의 배가 6개월째부터 눈에 띄게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창피하다거나 하지않고 자랑스럽게 다녔다.
되려 운진이 누구 아는 이를 만나게 되어 어색한 축하 인사를 받으면 부끄러워했다.
   숙희가 시원한 곰탕 같은 것이 그리운 계절이라고, 한인 종합 상가의 푸드 코트로 가자고 해서 운진이 운전하고 갔다. 
그더러 혼자서 가지 말라고 경고해 놓고는 그녀가 원하면 간다.
   '아, 임신부는 몸이 뭘 먹자고 요구한댔지!' 운진은 속으로 체! 했다.
그 건물 주차장은 때 이른 낙엽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역시 불경기로 한산했다.
   "꼭 가을 같네?"
   숙희가 운진의 팔을 꼭 잡았다. "좀 있으면 단풍이 볼 만하겠지?"
   "임신인데 산에 가도 되나?" 운진은 새삼스럽게 볼록 나와 보이는 숙희의 배를 봤다.
   "산? 무슨 산?"
   "옛날에 우리, 교회에서 갔었던..."
   "뭐지? 버지니아였던가?"
두 사람이 대화하며 들어선 푸드 코트는 아직 일러서인지 드문드문 앉은 사람들 외에는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종업원들 뿐이다.
숙희는 우선 정애가 일하는 중식집부터 찾았다. 
그녀는 낯선 캐쉬어에게 다가갔다. "여기 김 아주머니, 일하죠?"
   "누구여?" 학생 같이 보이는 젊은 여자가 반토막 발음으로 반문했다.
   "여기 주방에 일하는 아주머니. 키 작고..."
   "잠시만요?" 그 여자가 스윙 도어로 사라졌다.
곧 다른 여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정애... 아, 아니네." 숙희는 혹시나 하고 안을 기웃거렸다.
   "누굴 찾으세요?" 그 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숙희는 손을 잘게 내저었다. "아, 아니예요."
   "여기 일하던 미세스 윤 말하나?..."
   "윤... 네, 맞아요! 아, 여기서 일 안 해요?"
   "다른 데로 갔어요." 
그 아주머니가 그 말을 퉁명스럽게 던지고 안으로 사라졌다.
캐쉬어 여인이 괜히 무안해서 눈치를 살폈다.
운진은 탕 전문집으로 가려고 숙희의 팔을 살짝 잡아 당겼다.
숙희는 빨강색 셀폰을 남편의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얜 어디 진득히 못 있나 봐?"
   "그냥! 아무 거나 먹지?" 운진이 약간 톤을 높였다.
그 바람에 숙희는 셀폰을 그의 주머니에 얼른 넣었다. "응, 알았어!"
운진은 핑게 김에 그 앞을 부지런히 피해 움직였다. 다행이다! 하며.

   두 사람은 탕 전문집에서 대구탕을 두개 시켰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운진이 뜨거운 보리차를 받아왔다.
숙희가 스타이로폼 컵을 두 손으로 잡고 호호 불며 보리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임신 중인 여인치고 숙희는 얼굴색이 더 좋아 보인다. 
평소 안 마시고 못 마시던 우유를 하루에 거의 한 갤론을 마시니 그런지...
   "자기. 내일 닥터한테 가면 소노그램 하면서 베비 뭔지 물어볼까?"
   "미리 알게?"
   "궁금하잖아."
   "임신부들은 느낌으로 안다던데."
   "그래? 내 느낌엔 아들이거든?"
   "하우?"
   "느낌으로 안대매? 내 느낌이 그렇다구."
   "당신은 아들을 원하나부지."
   "아들 좋잖아. 씩씩하구. 잘 생기구. 용감하구... 아빠는 아니지만. 흐흐." 
숙희는 겉으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전화 연락 하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상대는 아담이다.
남편을 안심시킨답시고 셀폰을 넘겨준 상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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