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까만색 세단은 물론 알트의 차였다.
그의 쑤를 쏘아보는 눈빛이 일그러졌다.
'아주 좋아서 바짝 달라 붙어있군!'
알트가 출발하라고 앞에다 턱짓 신호를 했다. [저 남편이란 자에 대해 더 조사해 봐!]
알트의 말투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늘 '년' 즉 빗치라고 부르던 것을 '쉬' 즉 그녀로 바꿨고, 선-어브-어-비치라고 지칭하던 것을 '힘' 즉 그로 바꿨다.
버지니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벌어진 차 사고 이후로 경호원들이 쑤나 우디에 대해 어떤 지시를 내리면 껄끄러워 하는 기색들이 완연했다.
그리고 쑤로부터 사들이고 제레미를 디렠터로 앉힌 회사가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개리가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그 자리에 새로 부임해 온 애론이란 이가 오라이언 뱅크에 반기를 들면 되파는 것에 지장이 올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돌고 있고.
잘못 하면, 아니면, 잘 하면 알트는 주주총회에 불신임 안건으로 상정될 수도 있다.
알트가 차 모는 자에게 어서 가자고 손짓을 크게 했다.
'저 자가, 그러니까, 얼마짜리란 얘기야.'
알트에게 쑤가 더욱 필요한 이유는 훔쳐간 돈 말고도 회장 자리 때문이다. '이 위기를 모면하지 못하면 이글에게 먹히는데!'
숙희는 알트의 차가 사라진 후에야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럴 정도로 나오지도 않았구마는..."
운진이 새삼스레 아내를 돌아다보고 웃었다. "그런다고 가려지는 것도 아니고."
숙희는 남편의 얼굴 옆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그의 귓밥에 입술을 대었다. "자기 정말 멋있어."
"술은 내가 했는데." 운진은 그냥 픽 웃었다.
애론이 나와서 우디더러 개리가 몹시 찾는다고 전했다.
"그, 인삿말을 또 해야 하나?"
운진이 숙희의 허리에 손을 돌리려다가 얼른 치웠다. "참, 참!"
그런데 숙희가 놀라면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애론이 그 동작들을 실눈 뜨고 보았다.
의외로 개리 시니어가 우디에게 말을 자꾸 붙였다. 그는 우디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것이다.
"So, Woody. When did you come in the United States? (그러니까, 우디. 미국에는 언제 들어온 거요?)"
우디는 개리와 샴페인 글래쓰를 가볍게 부딪쳤다. "Nineteen Seventy... seven? (197...7년?)"
[오, 그 해라면...]
개리가 애론의 동의를 구했다. "Something happened in his country in that year, right? (그 해에 그의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잖아, 그렇지?)"
[대통령 저격사건이 있었죠?] 애론이 우디를 유심히 살폈다.
운진이 한눈 파는 척 했다. [No. 2년 후에. 1979.]
[그 사건 이후에 입국?]
애론은 무슨 의도인지 되지도 않는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 전이요.]
[아아. 그리고 그 이후 당신의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소?]
[사느라 바쁘다 보니 그럴 기회가 전혀 없었죠? 미국이 참 바쁘고 부지런해야 사는 나라더군요.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개리는 우디의 찬찬한 화법에 저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애론이 몹시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우디를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쑤는 샴페인 글래쓰를 얻기만 하고 들고 있어야 했다.
그것을 우디가 보고는 그의 빈 잔을 그녀에게 건네고, 그녀의 것을 받아서 홀짝 비웠다.
쑤는 빈 잔을 기울여서 흐르지도 않는 방울을 마시는 척 했다.
[쑤. 당신은 언제 입국했소?] 애론이 물었다.
"197...5" 숙희는 대답하면서 남편의 눈치를 봤다.
우디는 그랬냐는 눈짓을 아내에게 보냈다.
쑤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다른 손으로 그의 팔뚝을 살짝 쳤다.
니가 그 때 나 미국 들어오게 해 줬으면서!
개리는 생각이 정리되었다. 우디는 역시 보통으로 무시할 코리안이 아닐 것이라고.
일개 코리안을 미 국방성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뭐가 있는 것이라고.
개리는 그러면서 애론이 쑤에게 그러니까 우디에게 실수하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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