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약은 수작
운진은 아내에게 애담과 말실랑이 한 것에 대해 말하기 싫었다.
'그 자식의 연락을 기다리다 답답하면 먼저 하겠지.'
운진은 그녀의 빨강색 셀폰으로 걸려온 애담의 통화 히스토리를 지워버렸다. '아니면 몰래 연락을 취하다가 발각되던가. 이제부터는 잘 알아서 하시요. 내 약점만 잡으려 하지 말고.'
운진은 말끝에다가 '제발!' 하고, 스스로 강조했다.
그런데 랠프란 자를 찾으러 펜실배니아 주로 가야 하는데, 숙희에게 둘러댈 핑겟거리가 빈약하다.
그러고 보면 경찰이 보여준 명단에서 이제 겨우 제레미와 애담 둘만 알아낸 셈이다.
제프란 자는 만나보기 전에 감옥에 들어가 있고.
알트란 자는 전화 통화로 두어번 말을 주고 받았는데 은행회장 답게 거물이라 그런지 말이 녹녹치 않다.
'천상 랠프란 놈은 오면, 만나서, 그 때 대응하지, 뭐.'
운진은 아내의 셀폰을 부엌 식탁에다 꺼내놓았다. '애담이 걸어오든 월래스가 걸어오든 아니면 걸든지 맘대로 하시요. 나 몰래 한다고 치사한 방법 쓰다가 자존심 상하지 말고.'
숙희는 결국 애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darling.]
[네 남편 이상한 놈이더군!]
"What? What do you mean by that! (뭐? 그게 무슨 뜻인데!)"
"He's not there with you? (그가 너와 거기 같이 없어?)"
"He's in... the basement. (그는... 지하실에 있어.)"
"He answered your phone last time when I called you. (지난 번 내가 전화했을 때 그가 네 전화를 응답했어.)"
[뭐라고? 그래서 그가 뭐랬어!]
[널 또 한번 찝쩍거리면 날 가만 안 둔다고.]
[뭐라고? 미친...]
숙희는 운진이 있을 지하실 문을 노려봤다. [그래서, 그에게 제프 만난 것 말 안 했지?]
"I did. (했지.)"
"What? Are you crazy! (뭐라고? 미쳤어!)"
숙희는 저도 모르게 소리치고는 얼른 지하실의 동정을 살폈다. [미쳤어? 그랬더니 그가 뭐래?]
"By the way, why are you still living with him? (그나저나, 너는 왜 그와 아직도 살고 있나?)"
"I have to. Until Art gives up on me. (그래야 해. 알트가 나를 포기할 때까지.)"
[알트가 너를 포기할 것 같아? 절대로 포기 안 하지. 그렇다면, 알트가 너를 포기하지 않는 한 너는 계속 그 놈하고 살겠다는 말이군?]
숙희는 애담에게 임신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에게 임신에 대해 말하면 당장 배신이라고 분노해서 밖에다 몽땅 불지 모른다. 그리고 사실 아직 누구의 애인지 확실치 않다.
배란기를 전후로 두 남자와 교대로 성교를 했는데 언제 임신된 건지 확실치 않다.
그런데 만일 애담의 애라면 낳을 수 없고 남편의 애라면 당당히 낳을 수 있는데 문제이다.
[내 이름을 작전상 구좌에서 뺏다더니 왜 아직 안 살리는 거지?]
"Wait. I need more time. (기다려. 시간이 더 필요해.)"
"That's bullshit! (똥 같은 소리!)"
[내 남편에게 제프를 만났다고 정말 말했단 말야?]
[그래. 네가 부탁해서 만났다고.]
[뭐라고! 정말?]
숙희는 또 한번 지하실 쪽을 살폈다.
그녀의 혀가 말라왔다. "So, what did he say!"
[나더러 좋은 심부름꾼이 못된다더군. 무슨 말인지, 체!] 애담이 말끝에 웃었다.
[오 마이 갓! 기가 막혀!]
숙희는 남편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안 믿긴다. 그런데 왜 나한테 말도 않고 내색도 않는 거지?
[알트가 너를 죽이려는 이유를 이제 똑똑히 알겠다. 너의 그 이중가면이 언제고 벗겨지고, 제일 먼저 네 남편이 널 버리면 나는 네가 알트에게 산산조각 나는 광경을 즐기며, 돈이나 챙겨야겠다. 나쁜 년!]
[말 조심해!]
[네 끝이 곧 보인다. Soon! Bitch!]
"Shut the hell up, 아담!"
[넌 미국에 얼마나 살았는데 나를 아담이라고 부르나. 네 남편은 애담이라고 정확히 부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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