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03

pt.3 15-1x141 유인작전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9. 15. 05:35

유인작전

   숙희의 임신 7개월째.
9월 하순경이었다.
운진은 아내 숙희가 하자는 대로 인수할 만한 기업체를 찾는 일에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귀가해서 경찰에서 집 전화로 온 메세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찾아서 들었다. 
제레미 코이네가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질문할 것이 있다고.
원인을 조사 중인 수사팀이 쑤를 참조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제레미의 소지품에서 여자의 화장품과 명함이 하나 나왔는데, 명함의 주인 쑤를 참조인으로 요청하는 것이다.
그 물건은 짙은 수박색 칼라의 맆 글로스였다. 그리고 그 칼라와 제품은 숙희가 즐겨 쓰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제레미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고...
   "뭐라구? 그게 내 꺼라는 걸 어떻게 대번에 짐작하지?"
   숙희가 상을 찡그리며 전혀 모르는 척 하려고 애썼다. "걔 싸이코였나 보네?"
   "..." 운진은 아무 말 않는 쪽으로 택했다. 
그는 아내가 제레미인가의 회사에 잠시 근무했을 당시 야근을 여러 차례 한 것만 기억난다. 
이제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 
   '그래도 나는 결혼 전에는 이 여자 저 여자와 잤어도 일단 결혼한 후에는 생각만 했을 망정 바람은... 김정애란 여자를 불러내어 입조심 말조심하라고 조졌을 뿐.'
   설령 아내가 남편 몰래 다른 남자와 동침을 했다 쳐도 비긴 셈으로 치자고, 운진은 스스로를 달랬다.
그런데 평소 집안에서 칠칠맞은 여편네는 밖에 나가서도 뒷처리가 영... 

   숙희는 경찰에 출두해서 그 맆 글로스가 본인 것과 같은 종류라고 재시인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것이고 그것이 제레미에게서 발견된 경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했다. 
경찰도 그런 것은 그냥 참고로 알아보는 것일 뿐 제레미의 피해 원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이다.
주머니에서 나온 맆 글로스가 그를 다치게 만든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 맆 글로스에서 다른 이의 지문이 나온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숙희에게 딸이 둘이나 있기 때문에 종종 화장품들이 엄마의 허락없이 옮겨가고, 특히 새엄마가 쓰는 향수는 냄새가 좋은데 워낙 비싸기 때문에 딸들이 몰래 뿌리곤 했다. 
때로는 챌리가 제 방에 갖다가 뿌리고는 미처 되돌려 놓지 못해서 들키기도 했다. 
그래도 혹 누가 새엄마의 맆 글로스를 가져가고 찾지 못해서 새로 산 그런 기억도 없다.
만일 그렇다면 그 맆 글로스에서 딸들의 지문도 나와야 했는데.
경찰은 그 외 다른 지문이 발견되었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경찰이 그 맆 글로스를 도로 치웠다. 
그리고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자가 나와서 협조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했다.
   "그 자식이 어떻게 당신의 화장품을 가지고 있지? 당신이, 어디다 떨어뜨렸나..."
   "됐어. 그만 말해." 숙희는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출두하기 전 남편이 보였던 표정이 못내 서운한 것이다. 
한편 알트가 끝내 제레미에 대해 부탁을 들어준 것은 흐뭇했다. 방법은 치졸했지만. 그런 마당에 설이의 결혼식에 가자는 숙희의 권유가 운진의 귀에 들어갈 리 만무이다.
   핑게 김에 숙희는 이제 제법 부른 배를 해가지고 새로 인수한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래 봐야 공항 부근의 빈 창고를 임대해서 방을 여러 개로 자른 후, 레이더 모형의 설계에 한창 바쁜 작업만 하고 있다.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공 대 지 미사일이 목표 지점에 도착하는 시간이 짧으면 2 초 길어봐야 4~5초... 
그 시간 안에 날아오는 미사일을 감지하고 발사된 위치 그리고 발사하고 지나가는 전투기의 방향 속도 고도 등등을 계산해서는 지상에서 다른 미사일이 발사된다.
즉 초특급의 스피드로 계산을 해서 실상은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장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레이더와 함께 지 대 공 미사일이 겸으로 팔리는 것이다. 
당연히 위싱턴 디 씨 북부에 위치한 어느 미사일 제조 회사에서 러브콜이 날아왔다.
   두 시스템을 합동으로 연결시켜서 개발하고 팔자는 제의...
세상은 참 희한한 곳임에 틀림없다.
눈만 크게 뜨면 허실이 보이는데 남이 조금 나은 아이디어를 가졌다 하면 바로 가지려는 세상.
그러니까 땀 흘려 개발하느니 머리 조금 나은 어느 다른 이가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졌으면 빼앗는.
실속은 대량생산에 들어가 팔아먹는 쪽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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