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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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9. 00:40

   성가대 연습실에서 이변이 벌어졌다.
베이스를 사촌형 따라 읊던 병선에게-운진이 윽박질러서-테너를 시켜봤는데.
헛기침을 몇번 하고 나더니 위의 미 음이 쉽게 터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늘 웅얼거리던 음정이 탁 트이더니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아주 사촌 둘이서 성가대를 다 맡아라." 
   누가 그렇게 말하고는 허허허 웃었다. "우리 오 박사님도 계시고..."
모두들 누군가 하고 조용히 있는데.
목사님이었다.
   "둘이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예배에 꼭 나오너라."
   목사가 운진과 병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답 좀 하고 오는 주일날 세례 받자."
   "문답 한번 갖고 될까요. 당회장님?" 최 장로가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둘이 가만 보니까, 잘 익었어요. 하나님의 성전을 섬기려는 자세들이 꽉 박혔다구. 베이스 해라 하니까 잘 해. 오늘은 테너를 시킨 모양인데, 주저않고 목청 뽑아."
   목사의 손이 두 사촌을 연신 쓰다듬는다. "교만하지도 않고."
성가대 대원들이 야하 하고 부러운 한숨들을 내쉬었다.
당회장이 직접 나서서 교인을 격려하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오늘의 찬양이 더욱 기대됩니다, 대장님. 그리고 우리 지휘자님도 힘이 나시겠어요."
목사가 한번 더 껄껄껄 웃고 방을 나갔다.

   그 날 특별 찬양에서 베이스와 테너에서 우렁찬 음성들이 터졌다.
운진이 리드하는 베이스는 다른 세명이 똑같이 음정을 따라 했고.
새로 테너를 맡게 된 병선이가 조금 떨리는 음정이었지만 잘 크게 불렀다. 거기에는 사촌형이 오늘 목 한번 아프면 된다 질러라 하고 시킨 것도 있었다.
   "너 담배 끊으면 가수 해도 되겠다?"
   예배가 끝난 후, 운서가 말했다. "아직 가래 소리가 나지만, 담배 끊고 그러면 잘 하겠다."
병선이는 운진형이 절절 매는 사촌누나인지라 저도 덩달아 절절 매었다.
이유는 모른다. 왜 운진형이 누나한테 절절 매는지. 
그가 보기에 사촌형은 누이 앞에서 하는 자세나 말 태도를 보면 천하에 무서운 분 앞에 선 것처럼 한다.
   "담배는, 헤헤."
   "우리 운진이는 내가 담배 끊지 하니까 딱 끊었는데."
   "그러니까 장가를 여태 못 가죠."
   "독한 놈이라서?"
   "네! 전 그렇게까지 독하지는 않거든요."
   "그건 우유부단이지."
   "아, 예에..."
운서가 두 사촌을 나란히 세웠다. "둘이 의리있는 건 좋은데, 자꾸 잡음 나게 하지 마."
녜!
예!
운진은 고개를 숙이다가 시선 한 구석으로 영진을 봤다. 안 갔나?
병선은 다른 데를 보다가 진희를 봤다.
그러니까 영진과 진희가 서로 떨어져 서서 두 남자쪽을 보고 있는 것이다.
병선은 속이 은근히 끓기 시작했다. 
진희를 꼬셔 보려 했는데 그녀는 사촌형에게 도로 달라붙은 것 같고.
영진이란 여자는 사촌형을 해바라기 하는 것 같고.
그런데 그 행복한 사촌형은 참신해 보이는 영진은 마다 하고 걸레로 소문난 진희를...
게다가 영란이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 쯤에서 운서는 두 동생더러 가 보라 손짓하고 돌아섰다.
병선이 최영란을 보고 몸이 굳었다. 그는 여전도회 회장인 모친을 통해서 그녀가 나이 들게 보여도 스물 일곱인가 여덟일 거라는 말을 들었다.그렇다면 그녀는 병선보다 연상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사촌형과 터울이다.
그 최영란이 까딱 인사를 하고는 오운진에게 똑바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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