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11-2x102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0. 09:21

   며칠 흐른 어느 날,  숙희는 퇴근 후 뉴 욬 애브뉴를 따라 가다가 캐피탈 벨트웨이를 만나고는 남행으로 꺾었다.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아주 큰 몰이 하나 나온다.
그녀는 어쨌거나 가족과 친지들에게 선물할 만한 것들을 골라보고자 한다.
그녀는 출구로 빠지면서 한 출구를 더 가면 어드벤쳐 월드로 간다는 도로 표지판을 봤다. 아주 무심코.
   저런 데는 겨울에 닫잖아.
그녀는 가 보고 싶어서 궁금해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혹 그런 데는 겨울에 눈 내리면 어떻게 보일까 하고 그냥 호기심이 생긴 것 뿐이었다.
올 겨울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안 될 것 같다는 일기예보가 미리 나왔다.
펜실배니아 주의 앨런타운 시와 차로 불과 너다섯 기간 차이 갖고 워싱톤 디 씨 여기는 눈이 적나 보다.
   숙희는 공희를 위해서는 정갱이까지 올라오는 방한화를 봤다. 
부친을 위해서는 토파를. 
그리고 공희모를 위해서는 밍크 반코트를 봤는데...
   '천 이백불!'
   숙희는 혀를 내둘렀다. 천 이백불이면 나의 두 주치 주급이다. 좀 비싸네...
다음 주급을 기다리면 성탄절이 지나는데.
   새해 선물로 해, 그럼?
그리고 그녀는 고모를 생각하고 고급 가죽 장갑을 봤다. 고모부는 담배를 태우시니까 향수?

   같은 때.
영진은 화원 앞에서 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있다.
   오늘 파이널인데... 운진씨가 잘 보셨나.
   파이널을 잘 보셔야 봄에 졸업한댔는데.
영진은 조마조마하다. '그 연세에 공부한다는 자세가 참 좋은데.'
   아이, 제발, B 이상 받아서 넘어갔으면 좋겠다.
영진은 뒤로 차만 지나가면 운진씨 하고 목을 빼고 본다.
그녀는 차의 래디오 시계를 또 본다. 
네시.
   파이널은 거기도 열두시에 다 끝났을 텐데...
   파이널 죽 쓰고 화가 나서 대낮부터 어디서 술을 푸시나.
영진은 아 하고 놀라며 자세를 바로 했다. "혹시 파이널 끝났으니까 아파트로 갔나?"
그녀가 그리로 가 봤다가 없으면 다시 오자고 차의 기어를 만지려는데.
뒤에서 빵 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물체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오셨다!
그녀는 차의 발동을 얼른 껐다. 파이널 잘 봤냐고부터 물어... 아니, 아니.
그녀가 차에서 내리며 한껏 미소를 보내려는데.
그가 오셨어요 하고는 그냥 슥 지나간다.
영진은 제 자리에 섰다.
   오! 화났나 부다!
영진은 따라 가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가지도 못하고 그냥 섰다. 파이널을 잡쳤나 보다.
운진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문을 안 닫았다.
영진은 쭈뼛쭈뼛거리면서 그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문 닫으세요. 바람 들어와요."
   운진이 부엌으로 만든 곳에서 소리쳤다. "배고파요?"
   "잠깐만요!"
   영진은 문을 얼른 닫았다. "네. 배고파요."
둘은 라면을 무슨 별미인양 맛있게 먹었다.
영진은 아주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라면을 진짜 맛있게 끓이세요."
   "뭐라도 맛있게 드시니 다행이네요."
   "정말이예요. 라면이 다 똑같겠지만, 맛있어요." 영진은 말을 빙빙 돌린다.
   "다행이네요." 
   운진은 문께를 얼른 봤다. 파이널 끝나면 지니랑 만나기로 했는데, 젠장!
   병선이 새끼 내가 만나는 여자마다 쫓아다니면서 이 여잔 왜 안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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