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란
"성가대하고 청년회는 아랫층 친교실에 모여주시기 바란다는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총무 직책을 맡은 어느 집사가 손에 잔뜩 쥔 메모를 넘기며 말한다. "예배에 늦게 오시는 성도님들은 카를 숄더(갓길)에다 세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만일 거기다 세우면, 음, 음..."
목사가 마이크에 입을 대었다. "영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리 집사님이 미국에 오래 사셔서 한국말을 많이 까먹으신 모양입니다."
장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토잉. 토잉해 갑니다."
성가대에 아직 앉아있는 대원 중 병선이 사촌형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미국에 하도 오래 사셔서 차를 끌어가는 게 아니라 카 토잉 밖에 모르셔. 응."
운진은 못 들은 척 하는데. 성렬이 앞에서 홱 돌아다봤다.
병선이 성렬을 똑바로 마주 봤다.
운진은 광고 빨리 끝내고 기도송 하고 나가지 하는 짜증에 속으로 에이 시이 하는데.
총무집사가 내려가고. 목사가 다시 앞에 섰다.
지휘자가 성가대에게 다들 일어서라고 신호했다.
목사가 두 팔을 위로 치켜들었다. 목사께서도 끝날 무렵에는 교인들이 빨리 나가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아시는 지라 빠른 속도로 축복의 기도를 끝냈다.
아아아멘!
아아아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멘!
아아멘!
아아멘!
아아아아아아멘!
아~멘!
일곱번 아멘 송의 마지막 아멘은 바닥저음까지 내려서 힘들을 준다.
목사가 뒤를 돌아보고 누구야 하고 찾는데. 운진과 병선은 이미 복도로 나갔다.
그런데 성렬이 그 둘을 뒤쫓아갔다. "어이! 나 좀 보자!"
병선이 이미 알아차리고 서는데. 운진은 뒤도 안 보고 계속 갔다.
그래서 운진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성가대하고 청년회 모이라는 것 같던데..." 영진이 말했다.
운진은 이미 밖에 나와 있다. "몰라요. 어디 갈까요?"
"저도 몰라요. 맘대루 하세요."
"여자분이 남자더러 맘대루 하세요 하는 거 아녜요."
"에이그으! 하여튼! 울 오빠랑 똑같애!"
"오빠가 잘 가르치시네요, 뭐."
"남자들은 똑같애. 못 됐어."
운진은 그냥 식 웃어주며 아무 생각없이 건물에서 나오는 문을 쳐다봤다.
오!
운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 여자다! 오늘도 혼자네?
운진의 꿈을 휘두른 그 여자가 여아 하나를 손 잡고 나오는 것이다.
운진은 그 여인에게 등을 보이고 슬쩍 돌아섰다.
"누구... 더 기다려요?" 영진이 물었다.
"아, 아뇨! 갑시다! 아무 데나 갑시다."
운진은 서둘러서 제 추렄으로 갔다. 마치 최영란에게서 도망치듯이.
영진은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며 제 차로 갔다.
영란이 가려다가 흘낏 돌아다 봤다. 그녀의 시선이 벽돌색 추렄에 올라타는 운진에게 날아갔다.
영진이 제 차에 타서는 무심코 보다가 영란을 보게 되었다.
영진의 눈이 영란의 보는 방향으로 갔다.
운진씰 보네?
영진은 기분이 조금 이상해지려고 해서 추렄쪽을 보니 그 추렄은 마악 출발하는 것이었다. 아이도 있나 본데 왜 우리 미스타 오를 뚫어져라 하고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