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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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9. 00:36

   "넌, 임마, 맨날 똥폼만 재고 말야!"
   운진이 병선에게 소리쳤다. "사내자식이 칼을 뽑았으면 하다 못해 무라도 짤라! 깨질 땐 깨지더라도."
병선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섰다.
영진은 좀 전처럼 비이커들을 하나씩 들여다 본다.
그녀는 방금 후다닥하고 싸우는 것을 봤으면서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기색이다. 
그녀는 그만큼 운진이란 남자에게 의지가 되고 믿음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그녀의 집에서 어떻게 했을 때에도 놀라거나 울지 않고 그가 그대로 못 가도록 붙잡기만 했던 것이다. 그를 곁에 있게 하면 든든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진희와 잤을 것 같다는 의심 때문에 회의가 와도 참아내려고 한다.
   "성 나가고 나서... 아버지랑 황장로랑."
   "붙었냐?"
   "목사님이 황네더러 버지니아에서 오지 말라 했대, 성."
   "이번 일로 갖고?"
   "아니. 먼젓번에 어떤 일 갖고."
   "그래서, 뭐야. 앙심먹고 널 건드린 거라구?"
   "핑게 김에."
   "아냐. 너... 너 평소에 뒤에서 말을 좀 깐족거리는데. 그거 고쳐."
   "알았어, 성."
영진은 푹 가라앉는 소파에 앉아 맞은 편 벽 밑에 놓인 대형 텔레비젼을 보며 두 사촌의 대화하는 모습을 슬쩍슬쩍 본다. 저 사촌이 왜 빨리 안 가지 하는 눈초리로.
   "성. 내가 살께, 술이나 먹으러 가지?"
   "안 해."
   "학교, 지금 땡쓰기빙 브레잌이잖아."
   "오늘은 술 생각이 없다."
그래도 병선이 우물쭈물한다.
운진이 영진의 옆에 가서 털썩 앉았다. 그 바람에 영진의 몸이 들어졌다 내려갔다.
   히히! 하고 영진이 웃었다.
   "뭘 그리 혼자서 열심히 봐요."
   "그냥요." 
   영진의 시선이 병선을 훑고 지나갔다. "아까 그 사람 같은 교횐데, 시비를 걸어요?"
   "아버지들끼리의 당파 싸움."
   "에게게!"
   "그리고 그 황성렬이가 평소 너 보단 나한테 감정이 많았었나 보다." 운진이 병선에게 하는 말이다.
병선이 영진에게 인사를 보내고 나갔다.
   이제 둘이 남았다.
영진은 반사적으로 두 팔을 앞으로 해서 가슴을 가린다. 두 다리도 꼭 붙이고.
운진은 발치의 티테이블에 발을 얹고 길게 앉는다.
영진이 계속 곁눈질로 운진을 본다.
운진은 무표정하게 텔레비젼에다 눈만 주고 있다.
영진의 몸이 조금씩 조금씩 기울어지는 척 하더니 운진에게로 툭 쓰러졌다. 그래 놓고는 그녀가 일어나려고 하는데, 운진의 팔이 그녀의 목에 턱 걸쳐졌다.
영진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 마! 하지 마! 나한테 하지 마앙."
   "뭘 하지 마요."
   "나한테 뽀뽀, 하지 말라구."
   "뽀뽀는 프라젴트 끝나면 해주기로 했잖아요."
   "전 그렇게 말한 적 없어요."
   영진이 얼굴을 여전히 가린 채 말했다. "때가 되면 내가 하자고 할테니까, 그 때까지 기다려. 만일 강제로 하려기만 해도 나 운진씨 안 만날 거야."
운진은 영진을 밀어서 일어나게 했다. 
   "나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 되어있어요."
   "치! 기다리다 백발노인 되겠네." 운진은 사실 영진을 건드리고 싶지않은 심정이다.
   오늘 이 아가씨 가고 나면 지니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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