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은 수화기를 주워서 벽 전화기에 걸었다.
그 전화기는 즉시 벨소리를 냈다.
운진은 직감적으로 누구다 하고 수화기를 벗겨서 영진에게 내밀었다.
영진이 화가 몹시 난 얼굴을 하고 식식거리면서 수화기를 빼앗았다.
"여보세요?"
영진이 하 하며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끝끝내 나더러 집으로 가라구."
영진의 두 눈에 금새 슬픈 빛이 감돌았다.
"단. 나 집에 가기는 가는데, 엄마. 나중에 나한테 말 걸지 마. 알았지, 엄마."
영진이 끊으려다가 아 하고 다시 잡았다.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어?"
영진이 운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통화를 끝냈다.
운진은 그녀에게서 수화기를 받아 걸었다.
"전화 걸려온 데로 바로 전화 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녜. 스타 육십 구를 누르면..."
"그렇구나."
영진이 부엌에서 몸을 돌이켜 나갔다.
운진은 앞장 서서 앞문을 열고 내다봤다.
이제 화원 앞길은 눈으로 하얗게 덮혔고, 차들이 하나도 안 지나간다.
운진의 추렄은 위에만 하얗게 덮혔고, 아랫도리는 오히려 시커멓게 보인다.
영진의 그린색 비엠더블유는 온통 하얗다.
"꼭 가셔야겠어요?"
운진은 괜히 불안하다. "길이 얼었을 텐데..."
"엄마랑 전화로 다퉜지만, 가야 해요. 안 그러면 여기 전화 하루 종일 불 나요."
"차가 한대도 안 다닌다는 것은..."
"살살 몰고 갈께요."
영진은 한발을 먼저 내닫고 살살 돌려봤다.
운진은 팔을 뻗어서 영진을 여차하며 잡아주려고 준비한다.
영진이 두발째 내딛었다. "이젠 안 미끄럽네요?"
"내 추렄이 뽀윌(four-wheel) 드라이브인데, 우선 내 차로 태워다 드리고. 미쓰 킴 차는 나중에 또 와서 가져갈래요?"
"됐어요.이래뵈도 저 운전 잘 해요."
그녀가 온통 하얀 바탕에 서서 활짝 웃는다.
그녀의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그녀의 볼이 분홍색으로 잔뜩 물들어 있다.
운진은 그녀의 차 옆으로 가서 그녀가 열쇠를 꽂고 돌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영진이 손을 치웠다.
운진은 왜 그러나 하고 그녀의 눈을 찾았다.
영진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져갔다.
"먼저는 저한테 무자비한, 음, 키쓰를 하시더라구요? 진짜 무식하게."
"아... 하하하하! 아하하하!" 운진은 그녀를 외면하며 웃었다.
"똑바로 서세요."
"녜?"
"절 보구 똑바로 서시라구요."
운진은 그녀의 말대로 바로 섰다.
"저 보다 키가 좀 크시네."
영진의 얼굴이 이젠 완전 홍당무이다. "좀, 이케, 저를 향해 구부실래요?"
운진은 왜 그러나 하고 상반신을 약간 구부리며 얼굴이 자연 가까이 갔다.
쪽!
영진이 그의 입에다 입술을 얼른 맞췄다. 그리고 그녀가 제 입을 손으로 가렸다.
운진은 움직이지않았다.
영진의 얼굴이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힘주어 감았다.
운진은 영진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 그의 얼굴도 붉어져 갔다.
둘은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영진이 발돋음으로 그에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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