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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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0. 09:24

   운진은 병선이와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앞문으로 갔다. 
   "미쓰 킴. 와 보세요."
   "여기 따뜻해서 움직이기 싫은데요?" 영진이 화원 뒷뜰에 피워놓은 장작불 앞에서 돌아섰다.
그녀의 양볼이 불에 데워져서 발갛다.
언젠가 뭐가 담아져 왔던 드럼통을 뚜껑만 벗겨 놓았었는데.
이 날 운진이 그 안에다 불을 피웠더나 그녀가 불을 쬐며 들여다 보며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운진은 영진이 불을 쬐고 있으면서도 아직 모르나 해서 하늘을 보라고 가리켰다.
흐린 하늘에서 뭐가 내려오는지 달궈진 얼굴에 조그만 것이 차게 느껴진다.
   "눈?" 영진이 장갑 낀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사촌동생이 전화로, 눈, 십 인치 예보했다네요."
   "십 인치면 얼마예요?"
   "미쓰 킴 손으로 한뼘 반?"
   "익!"
   그녀가 불 앞에서 물러났다. "저 그러면 눈 오기 전에 가야 해요. 눈 오면 저 운전 못해요."
   "그럴래요? 길이 안 얼었을래나."
운진은 앞으로 다시 갔다.
화원 앞의 아스팔트는 아직 젖었고 가는 눈이 내리는데 바로바로 스며든다.
   "그럼, 저는 갈래요."
   "그러면 말예요. 가시다가, 길이 미끄럽다거나 운전하기가 두려우면. 아니, 도저히 운전하기가 겁난다고 하면 바로 돌아오세요."
   "일루요?" 
   "만일 집이 더 가까울 것 같으면 집으로 가셔야죠."
   "왜 그렇게 말해요... 저 비 오는 날 잘 미끄러져요. 아까 올 때도 좀 미끄러웠는데."
   "저 차가 리어윌 드라이븐가?"
   "네?"
   "저 차가 앞바퀴로 가요, 뒷바퀴로 가요?"
   "몰라요."
   "잠깐만요?"
운진은 영진의 어깨를 잡아서 돌려 세우고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말 안 듣고 따라 나오려다 첫발에서 선 채로 미끄러졌다. "어맛!"
그는 그것도 모르고 미끄러지는 김에 비엠더블유로 다가갔다.
거기서 그는 물 젖은 땅에 손 하나를 짚고 그 차 밑을 들여다봤다.
   "이거 데우가 뒤에 있는 차네."
   운진은 일어서서 손을 털었다. "이 차 잘 하면 막 미끄러지겠는데요?"
영진이 미끄러우니 반뜀박질로 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럼, 저 못 가요?"
운진이 그녀를 코트 자락으로 해서 얼른 붙잡아주었다.
자연 영진이 더 미끄러지며 운진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운진은 한손으로 영진의 코트를 쥐고 다른손으로는 바깥 진열대 기둥을 붙잡았다. 
영진의 코트가 그녀로부터 벗겨지려 했다.
   "아! 놔요!" 
   영진은 옷이 벗겨지는 줄 알고 기겁을 했다. 아니. 
그녀는 운진이 코트를 벗겨가는 줄 알고 겁을 먹었다. "이 코트 놔요오!"
운진은 기둥 잡은 팔에 힘을 주며 동시에 영진을 끌어 올렸다.
영진은 코트가 벗겨지는 줄 알고 운진의 손을 때렸다. "이거 놔요오!"
운진은 웃음이 나왔다.
그가 그녀의 코트를 놓으면 그녀는 미끄러져서 길로 나가 넘어질 텐데, 코트를 붙잡은 남자의 손이 싫어서 손 치우라고 때리기부터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이 아파서 놓으면 그녀는 진창 위에 주저않을 텐데.
   그렇게 되면 그녀의 젖은 옷을 자동적으로 벗으라 해?
운진은 팔에다 한번 더 힘을 줘서 영진을 문 안으로 들어서게 했다. "뒤에 불 있는 데로 가요."
그리고 운진은 진창에 미끄러지다가 차를 피해 나가 떨어졌다.
영진이 문 기둥을 붙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쎔통!" 철딱서니 없는 처녀는 그런 게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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