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11-10x110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0. 09:26

   뉴 욬 애브뉴는 오후 세시경에 뚫렸다.
그 새 수키등은 하워드가 걸어 나가서 사 온 패스트푸드로 요기를 떼웠다.
하워드가 다음날 아침은 일기예보를 잘 보고 각자 결정하는 대로 출근하라고 일렀다.
수키는 차 위에 덮힌 얼음을 주먹으로 대충 깨내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혼다 승용차는 가볍고 앞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힘 안 들이고 갈 수 있었다.

   운진은 이제나 저제나 영진에게서 도착했다는 전화가 걸려 올래나 해서 꼼짝을 못했다.
그는 화장실에 가도 문을 열어놓았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그는 다섯시쯤에 영진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왔느냐니요? 오형네 안 있고?"
   수영이 금시초문이라고 펄쩍 뛰었다. "지금 주지사가 비상을 내려서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는 판국에 우리 영진이를 보냈단 말요?"
   "미스 킴이 어머니랑 다투고는 가야한다며... 벌써 여섯시간 전인데."
   "울 어머니가 영진이더러 집으로 오라 했다구요?"
   "녜."
   "아니... 아니, 그래도 그걸 말렸어야지..."
통화는 수영에게서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운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희가 일하는 양품점으로 전화를 걸었다. 만일 진희가 받으면 영진이 그리로 혹시 갔나 물어보고, 아니면 진희의 집 전화번호를 얻을까 해서.
그 가게는 날씨 때문에 일찍 닫았는지 아무도 안 받았다.
운진은 영진네 집으로 전화를 또 걸려다가 말았다.
   그 새 들어왔으면 전화도 안 하나.
운진은 혹시 그녀가 돌아와 있는데 문이 잠겨져서 못 들어오나 하고 앞으로 갔다.
그는 앞문을 열어봤다. '그냥 깨끗하네.'
눈은 이제 가루로 온다.
이제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얼면 일 나는 것이다.
운진은 자꾸 제 추렄을 쳐다봤다. 
그의 추렄이 비록 사륜 구동이지만 타이어가 좀 시원찮아서 얼음 위에서 잘 나갈 지 의문이다.
그러다가 운진은 앞문을 살짝 지쳐놓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병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완전 땡크 같은 사륜 구동 추렄을 몰고 오라고.
병선은 공사장비가 한가득 실린 추렄을 몰고 한 시간 만에 왔다.
   "성. 길이 장난 아니던데. 어딜 급히 가시느라고?"
   "미쓰 킴이 아침에 왔다가 날씨가 이런 때문에 묶였는데, 그 엄마란 이가 집에 가라고 쌩난리를 피운 거야. 모녀가 전화에다 대고 싸우고..."
   "그래서 그 비엠더블유로 나섰다구?"
   "야. 되게 걱정돼 죽겠다. 여기서 그 집 가는 길을 한번 뒤져보자."
해서 둘은 화원을 떠났다.
길은 빠르게 어두워져 가고, 거의 비었다.
노란 페인트 칠의 메릴랜드 주 고속도로 점검 차량들만 군데군데 마주쳤을 뿐, 도로건 시가지건 상점들이건 완전 철시였다. 심지어 지나치는 길의 대형 샤핑 몰도 주차장이 깨끗했다.
운진은 병선에게 이리로 저리로 계속 가게 시켰다. 
그녀네 집으로 가는 길이 어디 한두군데인가. 
그녀가 어느 길로 가다가 여태 묶여있는지 어디에 빠져있는지 알 도리가 없고.
그리고 온 사방이 어둠에 얼음과 눈으로 하얗다.
병선은 추렄 운전을 아주 능숙하게 하면서 빨간불로 바뀌어도 서행으로 지나쳤다. 어차피 길에 차들도 없고 또 서려고 하다가는 미끄러져서 더 사고를 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은 허탕치고 화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그리고 운진은 무엇을 보고 고함을 질렀다. "야! 서! 서! 서!"
병선이 놀라 급 브레이크를 밟았고 추렄이 대각선으로 미끄러졌다.

'[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x112  (0) 2024.07.21
12-1x111 운진의 환상의 그 시발점  (0) 2024.07.21
11-9x109  (1) 2024.07.20
11-8x108  (0) 2024.07.20
11-7x107  (0) 2024.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