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화원 실내는 드럼통에서 타는 장작불로 인해 훈훈하다.
운진은 여름에 화원에서 쓰는 선풍기를 그 드럼통을 향해 틀어놓고는 연기가 안 들어오기를 바란다.
영진은 소파에 뉘여진 채 담요로 꽁꽁 싸매어져 있다. 그녀의 두 손은 담요 속에 들었고, 두 발은 우습게도 수건으로 싸매여져 있다.
데릴러 오실 수 있으면 오십시요.
지금으로써는 몸을 데워주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거, 군대에서 배웠습니다.
제가 거짓말 하나 안 하나는 따님이 깨어나면 말씀드리겠지요.
저로서는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했습니다.
운진이 끝까지 침착하게 통화를 마치는데.
곁에서 지켜보는 병선이가 미치고 돌아가시려 한다. 진짜 진짜 하면서.
"와아! 성은 그걸 끝끝내 참으면서 다 말해? 좆 같은 것들이네."
"끝낼 땐 끝내더라도 설명은 해줘야지."
"나 같으면, 그냥... 씨발!"
"그나저나 차는 어떻게 한다? 앞바퀴가 휜 거 같던데."
"토잉 불러야지, 뭐."
"부모네가 오면 알아서 하겠지, 뭐."
영진은 사실은 아까부터 남자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다.
한 남자는 되도록 좋게 말하려 하고.
또 한 남자는 그저 불만 투성이에 입만 벌리면 욕을 쓴다.
영진은 운진씨가 좋게 말하려는 남자인 것에 안심된다.
차가 빠진 게... 방향으로 봐서 아마 이리로 되돌아 오다가 미끌어졌나봐.
바보도 아니고, 그런 차로 나갔다는 자체가 미련한 짓이지, 성.
하도 뭐라 하니까... 화도 나고.
이런! 무식한 집안 같으니라구!
딸 가진 부모들이 그렇지, 뭐.
영진은 이제 담요를 치우고 소파에 앉아 수프를 먹고 있다. 수프는 비록 봉지에 든 가루를 뜨거운 물에 타서 휘휘 전 것이지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녀는 차가 저절로 미끄러지면서 길 가장자리로 나갔을 때, 엄마야 하는 본능적인 비명보다 운진씨 하고 부르짖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위급에 처하면 엄마를 찾는다는데.
길이 얼어서 미끄럽다는데도 끝까지 집에 가라고 악을 악을 써 대던 엄마가 미웠던 것이다.
그녀는 난 이제 죽는구나 하는 순간 운진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말 안 듣고 고집 피우다가 이래 돼서 미안해요!'
그녀는 아마 그렇게 소리질렀나 보다.
그녀는 차가 눈을 들이받아 앞이 하애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았던가...
남자들은 차를 어떻게 해 보겠다고 다 나가고 없다. 길 가에 처박힌 채로 놔두면 카운티나 스테이트에서 끌어간다고 미리 걱정들을 한 것이다.
영진은 문 밖이 소란해 지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운진이 나가면서 절대 꼼짝 말라고 해서 궁금해지는 것을 참는다. 딴 사람들이면 어쩌지?
문이 열리고 운진과 병선이 들어섰다.
"차는 끌어왔는데... 앞이 다 나갔네요? 괜찮았어요?" 운진이 묻는 말이다.
영진은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저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랬겠네, 성."
"그래도 눈길에서 미끄러졌으니 그만했지. 만일 맑은 날 그런 충격이었으면..."
"골..." 병선이가 입을 얼른 닫았다.
영진은 이제 사촌이란 남자가 제발 가줬으면 한다.
입을 벌렸다 하면, 그저 걸레야, 걸레!
이제 드럼통에는 나무재만 남고 훈기는 여전했다.
운진이 방한화로 그 드럼통을 밀고 나무바닥을 봤다.
만일 드럼통의 열기로 링 자국처럼 탔나 했는데 누런 자국만 보였다.
그래도 그는 불을 그만 지피기로 했다.
그는 밖을 살피며 문을 가만히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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