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었다.
영진네 부모에게서는 전화가 한번 더 왔다. 그녀의 부모도 결국 가게에서 지샌다고.
"나 오늘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거, 평생 안 잊을 거야!"
그녀가 그 말을 끝으로 남의 집 수화기를 또 내동댕아쳤다.
그래 놓고 그녀는 그제서야 집 주인의 눈치를 슬쩍 봤다.
운진은 수화기를 제 자리에 걸었다.
영진은 발을 담요 밖으로 내보내고 꼼지락해봤다. "왜 발이 간지럽죠?"
"그래요? 어디 좀 봅시다."
운진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발만 줘봐요."
"왜요? 싫어요!"
"봅시다."
"싫다니까요? 근데, 제 양말이 왜 벗겨져 있어요?"
"얼은 발을 녹이려니 벗겨야 했죠."
"누가요!"
"제가 벗겼죠."
운진의 그 대답에 영진은 제 몸을 둘러봤다. "또요."
"다른 덴 손 안 댔어요."
운진은 그녀의 발을 잡아 당겼다. "정신까지 잃은 분이 뭘 걱정을 해요."
"그렇다고, 정신 잃은 여자를 함부로 하면 안 되죠!" 영진은 발을 거두려고 했다.
운진은 그녀의 발을 살살 만져봤다. "아직 찬 데가 남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예요?"
"아직 언 데가 있나봐요."
"그래서 간지럽나..."
"더운 물에 발 좀 담급시다."
"네?"
영진은 플래스팈 그릇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릇 안의 뜨거운 물이 그녀의 발을 데워주면서 그녀는 머리에 땀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뱃속에서 꾸루룩 소리가 난다고 했다.
"얼었던 몸이 이제 녹는 거에요." 운진이 설명했다.
영진은 여태 입고 있는 코트를 벗으려 했다.
운진이 손을 내저었다. "지금 벗으면 감기 들어요."
"더워요."
"조금만 참아요."
"더워요!"
"참아요."
"더워요옷!"
"참아요."
"더워요?"
"참아요." 운진이 물 속에 손을 넣어 그녀의 발을 만져본다.
그녀의 발이 옴추려지려다가 말았다.
병선은 그 둘의 노는 것에 눈꼴이 시다.
그는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며 열쇠꾸러미를 찾아들었다.
"고맙다, 병선아. 조심해 가." 사촌형은 그게 다였다.
영진은 병선을 쳐다도 안 본다.
병선이 나가고 문이 꼭 닫히니, 영진이 두 팔을 앞으로 벌렸다.
"뭡니까, 그건?" 운진은 머리까지 피하는 시늉을 했다.
"제 생명을 몇번씩이나 구해주신 분께 답례를 하려구요."
"그것, 뿐입니까?" 운진이 마치 어떤 낭송의 말투를 흉내내었다.
영진이 두 팔을 얼른 거두었다. "그럼, 뭘 바래요?"
"생명을 구해준 은인에게는 뭘 원하느냐고 물어보는 거 아닌가..."
"뭘 원하시는데요? 설마..."
"설마가 사람 잡죠?" 운진은 아예 깨놓고 그녀를 겁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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