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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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18

   숙희의 계모 그러니까 공희모가 화원으로 찾아온 날, 운진이 한 행동은 이랬다.
   "옛수! 그걸로 알아서들 하시요."
   그가 공희모에게 봉투를 툭 던졌다. "어르신한테는 안부나 전해주시고."
   "수, 숙희는 오, 오지?"
   "모르죠. 나는 못 가지만, 동생 결혼식이니 갈지."
   "하나 밖에 없는 동생 한번 하는 결혼인데, 와야지."
   "흥! 그거야 살아봐야 아는 거."
   "뭘 말인가?"
   "한번일지, 십할, 몇번일지." 완전 깔아붕개는 그의 말투였다.
공희모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했다.
딸이 어쩌다 그랬는지 몰라도, 아마도 어수룩하니 십년 더 먹은 자의 꾐에 넘어가서 몸을 이미 허락한 처지에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천상 데리고 계셔야겠네?" 운진의 여전히 삐딱한 말투이다.
   "그, 글쎄..."
   "그 알량한 구멍가게로 두 집 살림이 되겠수?"
   "..."
공희모는 눈만 돌려서 화원 매장 내의 벽시계를 훔쳐본다. 숙희 요것이 퇴근할 때가 아직 아닌가 하는가 본데 헛수고이다.
운진이 제 누이에게 부탁해서 숙희는 이미 연락을 받은 상태로 아직 퇴근하지않고 있다.

   숙희는 집으로 오는 길에 치킨이 골고루 든 밬스를 큰 걸로 사들고 왔다.
   "언니두 같이 드시라구..."
   "여기 운진이나 닭고기 좋아하지, 난..."
   "그럼, 어떡하지... 일부러 큰 걸루."
운진이 부엌을 두리번거렸다. "저흰 몇개만 갖고 나머지는 애들 주게 가져가세요."
   "그럴까, 그럼?"
운서가 치킨을 반 덜어놓고 가져갔다.
그래서 숙희는 덜 무안해 질 수 있었다.
운진이 냉장고에서 맥주 두 병을 꺼내오고.
   "공희엄마... 는..." 숙희는 그 말을 어렵게 꺼냈다.
   "눈치가... 제 짐작이 맞는 것 같습디다."
   "어떤 거?"
   "두 사람이 이미 잔..."
   "허!"
   숙희는 동생이 그런다는 게 창피하다. "그, 그렇게, 쉽게, 허락할 수 있는 건가..."
   "공희가 몇살이예요? 스물 둘? 스물 하나? 만으로 둘이겠네."
   "..."
   "그 나이에 뭘 알겠어요? 열살 더 먹은 놈 꾐에 넘어가고 만 거지."
   "암만 꼬신다고... 어떻게."
   "..."
   "몸이 곧 영혼인데. 어떻게 그리 쉽게 허락할 수 있는 거야?"
   "..."
   "난... 운진씨한테 늘 고맙다는 생각과... 내 처지를 이해하면서 이렇게 베풀어 주는 거에 내가 먼저 날 주고 싶지만. 운진씨가 기다리자 해서... 그래도."
   "공희... 나름대로, 어쩌면 절실한 게 있었을 지도 몰라요."
   "왜. 다리 때문에?"
   "그것 보다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그런 절실함."
   "그 날 두 사람 봤지만 불가능할 것 같던데."
   "또 모르죠."
   "그런 건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숙희는 이래저래 슬프다. 
   "이쯤 하고 두 사람 축복 빌어줍시다."
   "공희가 불쌍해..."
   "근데 동생이 언니를 앞질러서 미안하게 됐다는 말은 안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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