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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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16

   숙희는 동생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거의 강제로 들어가 살라고 밀어부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대?"
   "그래야 우리를 가만 놔둘 것 아니요."
   "무슨 말이지?"
   "따로들 살면, 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두 군데서 손 벌릴 것 아뇨?"
   "왜?"
   "공희씨야 당연히 일을 못 할 거고. 만일 결혼하고도 가게에 계속 나간다면, 그 때부터는 인건비를 따로 줘야 하는데. 가게가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두 집 살림 할 만 해요?"
   "그, 그거야 그쪽 사정이지."
   "따로 살아서. 그 미스터 차란 자가 혼자 일해서. 아파트 세 내고, 차 굴리고, 먹고 살고 하려면 한달에 적어도 3천불 이상은 벌어야 하는데."
   "그렇게 많이 드나..."
   "숙희씨 혼자 살아봤잖아요. 그 때 얼마 벌었든. 가능합디까?'
   "뭐... 거의 빠뜻하게."
   "보아하니 노가다 하나 본데. 한달에 3천불 이상이라... 글쎄요."
   "..."
   "제가 디 씨에서 벤더 할 때, 매일 나갔나요? 일년에 반은 비 오는 날인데. 비 오는 날은 바깥 일은 거의 전멸. 해 있는 날 반짝 나가서 하루 종일 잘 팔아봐야... 그 당시 저는 한달에 3천불도 안 남았었어요. 그래도 장사 잘 됐다는 제가 그 정도였는데."
   "..."
   "다행히..."
   운진은 다행히 가게터를 하나 얻어서 횡재를 했다는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삼춘이 화원을 싸게 넘겨주시는 바람에..."
   "가게도 그나마 공희가 빠지면 안 될 텐데."
   "그래요?"
   "아빠는 보나마나 꾀나 부리고 있을 테고. 엄마, 공희엄마는... 공희가 캐쉬 찍고 다..."
   "그럼, 뭐, 집에서 먼저 같이 살자 하겠네요."
   "..." 
   숙희도 그 쪽으로 생각이 굳어진다. "근데, 걔네들 결혼식을 왜, 운진씨가 다 맡아?"
   "한씨가, 아니, 숙희씨 아버님이 일부러 연락을 한 거에는 그런 뜻이 내포..."
숙희는 어두워진 차창 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아버지라고 정말 밉다.
   툭 하면 날 울리고 위협하는 것처럼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미스터 차란 자도 그걸 노리고..."
차가 화원 앞에서 섰다.
   "뭘 노리고?"
   "아까 우리 들으라고 말로는 사내 자식이 따로 살아야지 했지만, 속 계산으로는 벌써 통빡 다 재놨을 거리구요."
   "그래... 보이지 않던데."
   "겉만 보고... 어쨌거나 다 합쳐서 산다 하면, 우리한테 유리해요."
숙희가 운진의 어깨를 툭 쳤다. "내 의사는 몰어보지도 않고 혼자 통반장 다 해 먹냐?"
   "아니, 나랑 의논할 때는 언제고!"
   "의논이야, 운진씨가 남자니까, 당연히, 해, 했지이."
   "설령 우리가 못 이루고 깨진다 해도 치사하게 그런 거 왈가왈가 안 할 테니 걱정 말아요."
   "깨지더라도라니?"
   "숙희씨를 기껏 보살펴 줬더니 더 좋은 놈 만나서."
딱!
숙희가 운진의 등짝을 때린 소리이다.
운진이 식 웃고는 차 열쇠를 빼내었다.
   "오늘 집으로 갈 거야?" 숙희가 어렵게 말했다.
   "내일 교회 가려면 옷 갈아 입어야죠."
   "나도 가라구?"
   "미리 미리 얼굴들 내미는 거라던데요?"
   "우리 결혼생각 하는 거 맞어?"
   "맞아요!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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