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12-2x113

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17

   주일날 성가대에 최영란이 빠졌다.
   그 날 둘이 잘 어울리는 척 하더니 잘 안 된 모양이군!
운진은 앞에 앉은 성렬의 뒷통수를 쳐다봤다. 그럴 생각이 있었으면 그 집에 놀러갔던 날 미리 선수를 쳤어야지, 임마!
   그 날 최영란은 나한테 아예 노골적으로 나왔엄마!
   엉덩이를 스치고 부딪치고 속가슴을 훤히 보여주고...
운진은 숙희가 돌아다 보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들었나?
이 날 영아도 안 나와서 진희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다들 무료하게 대기하는 동안 진희가 무슨 피아노 곡을 치기 시작했다.
성가대 대장 최 장로가 허겁지겁 들이닥쳤다. "늦어서 미안, 여러분?"
이 날 그 집에서는 최 장로 혼자 예배에 참석했다.
성가대는 그런대로 잘 마쳐졌다.
운진이 아랫층 친교실에서 청년회 멤버들과 모여서 담소하는데 숙희는 그저 그의 곁에 서서 인사 나누는 대로 따르기만 했다.
진희가 숙희에게 다가왔다. "안녕, 언니?"
   "아, 안녕..." 숙희는 그 다음 말인 '하세요'를 힘들게 잘랐다.
이어 병선이가 왔다.
   "성. 내가 살께, 밥 먹으러 가지?" 
병선이가 자청해서 밥 산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다들 어느 한식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병선이 어떤 소식을 전달했다.
   "그 말이 왜 또 그렇게 옮았지?" 운진은 어이없어 고개를 저었다.
숙희는 쥐었던 수저를 가만히 내려 놓았다.
운진이 그녀의 수저를 집어서 잡으라고 했다.
숙희가 수저를 다시 잡았다.
   공희모가 운진모에게 아주 아들을 잘 두셨다고 입에 침 튀는 칭송을 했다는 것.
   '그러기 쉽지 않은데, 장래 처제의 결혼 비용을 일체 부담하겠다는 큰 뱃장' 운운.
그래서 운진모가 노기가 하늘에 닿았다고.
그래서 병선이가 교회에서 마주치기 전에 잽쌔게 나오자 한 거라고.
   "어머! 누가 결혼해요?" 진희가 관심 있어 했다.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흠. 그렇다면 진짜로 결혼식을 주관해야겠구만."
운진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무슨 뜻인가.

   "헷, 씨발! 신혼여행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운진이 공희와 미스터 차를 앉혀놓고 던진 말이다. "신혼여행은 나중에 둘이 돈 벌어서 가고, 이번 결혼식은 음식값까지만 대 줄 거요."
   완전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거기 나가는 교회에 피아노 반주자에게 부탁 안 되면, 우리 교회 피아노 반주자가 거의 실비로 해 주겠다 하니까, 생각 있으면 미리 말하라고."
공희는 갑자기 돌변한 미스터 오의 태도에 당황한 것이 아니라 다른 분노가 일었다.
미스터 차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제서야 숙희는 운진씨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길바닥 저질도 보여주면서.
어떻게 보면 은근히 상대를 악살 먹이는.
   '보나마나 오늘 아빠네 집은 난리나겠네.'
숙희는 공희가 팽 돌아버리면 재미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숙희는 운진에게 점점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내버려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운진이 이렇게 말했다. "몸 다는 거는 이제 숙희씨 동생이요."
   "왜?" 숙희는 감잡았으면서도 일단 시치미를 뗐다.
   "뭐, 보니까, 둘이 벌써 잔 모양인 것 같던데요?"
   "에이, 설마!"
   "놈이 자존심 똥 됐다고 관두자 하면 여자만 손해지."
   "에이, 설마..."
   "숙희씨 동생도 암만 처지가 그렇다고 막..."

'[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5x115  (0) 2024.07.05
12-4x114  (0) 2024.07.05
12-2x112  (0) 2024.07.05
12-1x111 공희 결혼하다  (0) 2024.07.05
11-10x110  (0)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