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서는 다섯살짜리 딸과 세살짜리 아들이 닭다리들을 열심히 뜯는 것을 보다가...
"엄마가 아무리 그러셔도 걔네들 둘, 안 떨어져요."
"그 년이 아주 찰거머리니?"
"숙희 걔 그런 애 아니구... 그리고, 둘이 이미 벌써 얼마째 동거하는데."
"그런 출신 년이니까 결혼도 안 하고 남자랑 동거하지!"
"숙희 걔 똑똑한 애예요."
"똑똑한 년이 그래?"
"둘이만 좋으면 됐지, 뭐."
"안 돼!"
"건드리지 말아요, 엄마. 그렇다고, 운진이가 꺼뻑 죽어서 엎으러진 것도 아냐. 그냥, 둘이 잘 지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 같이 보이고. 우선은 운진일 내가 잘 아니까."
"오씨 집안 대 끊을 짓 하지 말라 하고. 그리고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년하고 절대 안 돼!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그년하고 못 하게 할 거야."
"그래서 엄마가 운진이에게서 얻는 게 뭐일 거 같은데?"
"뭐는 뭐야! 넌 누나가 되어 갖고 그냥 태평세월로 구경만 해?"
"둘이... 잘 어울려."
"흥! 결혼도 안 해서 벌써 들어앉는 년! 알아 볼 징조지."
운서는 애들이 거의 다 먹어 가는 것을 보다가 아까부터 잠자코 있는 부친을 돌아다 봤다.
엄마가 아무리 저러셔도 결국 아버지가 최종 결정을 하시면 그만이지.
내가 아는 한 아버지는 아마 틀림없이 운진이 편을 드실 거야.
걔가 솔직히 숙희를 만나고는 조용히 사는 걸 누구보다 아버지가 더 잘 아실 테니까.
운서는 부친을 존경한다. 그 많은 처갓집 식구들을 일일히 보살펴 주시던 자상함...
그래서 오씨부인은 무슨 일 갖고 길길이 뛰다가도 남편이 일침 놓으면 수그러든다. 그것은 외갓집 식구들 모두 오씨 앞에서 그렇다.
운서는 아주 의기양양해 하는 두 아이를 단속해서 친정집을 나섰다.
밖은 모르는 새 비가 뿌리고 있었다.
얜 오늘도 거기서 자는 모양이네.
숙희와 운진은 뒷문을 열어놓고 스크린 도어를 통해 들려오는 빗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공희엄마한테 얼마 드렸어?"
"됐어요."
"말 해."
"그냥 조금 줬어요."
"말 하라니까. 내가 줄께."
"숙희씨 장부에 기록만 적어 놓아요."
"경우가 좀 그래서 그래. 받아 가는 공희엄마두 그렇구."
"뭐, 딴 속셈이나 꿍꿍이가 있었겠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거겠죠."
"딴 꿍꿍이라니?"
"아닌 말로... 저한테 직접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숙희씨더러 동생 결혼 비용 다 대라 했을 때, 아닌 말로... 그 문제 갖고 우리 두 사람이 다투거나... 안 좋게 되어지기를 은근히 희망한 속셈도... 있었을 것 같다는 거죠."
"..."
"그렇게 되면, 그쪽은, 아닌 말로 일석이조로... 우리 둘이 안 좋게 되기를 바란 것과 숙희씨가 돌아가야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돈을 내 놔야 하는..."
"진짜!"
숙희는 눈물이 글썽이는 눈을 위로 보냈다. "정말 그런 계획이었다면, 진짜 환멸."
"하지만 돈이 제 손에서 나갔든 숙희씨가 주셨든, 받은 쪽이 더 비참할 거에요."
"비참을 아는 부류들이면 그렇겠어?"
"어쨌거나 그쪽은 서둘러야 하니까요."
"남자가... 운진씨 보기에 어때?"
"뭐... 홀홀단신. 빈털털이. 인간성은 아직 모르겠구..."
"인간성도 별롤 것 같애."
"공희 팔자예요."
"에효!..." 숙희는 진정으로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