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특별 찬양은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최영란의 꾀꼬리 같은 쏘프라노 독창과 후렴에서 합창단의 화음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저리저리하게 만들었다.
특히 베이스와 테너 파트의 우렁찬 화음은 마치 그 곡이 이들을 위해 씌여진 양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포효가 본당 안을 메아리쳤다.
지휘자는 머리를 연신 흔들며 미친 사람처럼 지휘봉을 휘둘렀다. 그의 멋진 장발이 마구 춤추며 땀을 사방으로 마치 불꽃놀이의 광경처럼 뿌려댔다.
어 쓰릴 어브 호프 더 위어리 월드 리조이씨스
뽀(for) 욘더 브레이크스 어 뉴 글로리어스 몰은(morn)
뽈(fall) 온 유어 니이즈 오 히어 디 앤젤스 보이씨스
오 나이트 디바인 오 나이트 웬 크라이스트 워스 볼은(born)
두번째 반복되는 후렴에서 성가대원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들이 피어올랐다.
그들이 약간 위를 보며 입을 크게 벌릴 때마다 엄마새가 먹이를 넣어주듯 그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궈주는 무엇이 있었다.
그리고 진희는 친구의 명복을 빌며 이 반주를 너에게 바친다는 신념으로 온 정성을 다 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박수 소리는 아마 밤새 이어질 모양이었다.
지휘자 선생이 벌써 몇번째 절을 했는지 모른다.
당회장은 눈물을 연신 찍어낸다.
사람들은 앉을 줄을 모르고 돌아갈 줄을 모른다.
"눈 온다아!"
누가 소리쳤다.
성도님들 돌아가시는 찻길 조심조심들 하시고.
남들은 연휴라 해서 과음들을 할 텐데 찬양 예배에 나오신 것을 감사드리고.
다음 주는 또 송구영신 예배가 돌아오죠?
당회장은 문을 나서는 교인들에게 일일히 악수를 청한다.
오늘 찬양은 예년 어느 때보다 너무 훌륭했어요.
남자 대원들이 너무 잘했어요.
쏘프라노는 성악가인가요?
교인들은 아직도 감동에 젖어서 성가대가 있었던 곳을 자꾸 돌아본다.
최 장로가 이리저리 누굴 찾아다닌다.
미스타 오 본 사람! 오군 본 사람 없나! 오군!
아까 갔는데요 하고 누가 소리쳤다.
그럼, 오 집사나 김 집사는!
당회가 있다 해서 올라갔습니다.
최 장로가 아직 입고 있는 성가대원 가운을 펄럭이며 계단으로 향했다.
정작 운진은 눈발이 펄펄 내리는 밖에서 진희와 마주하고 있었다.
영진이도 잘 들었을 거예요. 나는 눈물이 너무 나와서 악보도 못 봤어요.
두 분이 굉장히 친하셨으니까요.
아뇨!... 운진씨 노래가 너무 슬퍼서...
진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떼었다. 영진이가 입만 열면 운진씨 자랑이었는데.
운진은 진희를 물끄러미 본다.
나더러 운진씨 앞전에 얼씬도 말라고, 나만 보면 얼마나 구박했는데.
그 때 누가 눈을 저벅저벅 밟으며 다가왔다. 오형.
운진은 귀에 익은 수영의 음성이라 얼른 돌아다 봤다. 그리고 운진은 다른 그림자도 봤다.
죽었다는 영진이 수영의 뒤에 섰다.
그런데 영진이 헤어지는 뜻으로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마치 먼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운진은 만일 이게 꿈이라면 깨라고 몸부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