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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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1. 04:50

   운진은 추렄을 몰고 가는 길이 갑자기 생소하다.
   어떻게 된 거야...
   오빠와 다투고 따로 가 놓고는 갑자기 한국엘 나가?
그는 눈 앞에 생생한 꿈의 장면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하긴 내가 그런 성탄절 노래를 언제부터 잘 알았다고. 
   게다가 영어로 척척 불러. 
   우리 가사로도 못 부를 노랜데.
   게다가 내가 언제부터 기도를 했어. 
   주기도문도 아직 못 외운 주제에.
그는 햇살이 너무도 강한 바람에 눈을 제대로 못 떴다.

   운진은 한국에서부터 옛매형과 잘 지냈던 편이다. 반면, 정작 누이는 그와 잘 지내지 못 했다. 
특히 미국 와서 두 사람의 거리는 급속도로 멀어지다가 누이가 잠시 일 했던 무슨 디자인 회사에서 지금의 남자를 만나...
운진은 그 생각만 하면 고개를 젓는다.
어려서부터 어려워하고 존경해 오던 누이가 남자 문제에서는 쉽사리 정을 바꾸다니.
그것에 대해 모친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게 여자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해도 탈이야.'
   무슨 말인가. '학사, 석사 게다가 박사까지 땄는데, 남녀간에 애정을 느끼고 키우는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으니. 게다가 이건 여자가 나무 토막처럼 무뚝뚝하니...'
   남편이 애정 표시를 하는데, 무표정하게 구경만 하니... 그런 뜻 같다.
운진은 아이들이 추렄에 타는 것을 도와주고 나서 옛매형과 악수했다.
그리고 운진은 그의 새 여자가 내다보는 것을 봤다.
   누이와 분위기나 생김새가 전혀 다른.
   인물은 그 여자에 비하면 누이가 백배는 낫다. 단 지금의 여자는 겉으로만 봐도 남자에게 착착 엥기는 스타일 같다.
   '나라도 그런 여자를 더 좋아하겠지.'
   그러다가 운진은 혼자 놀랬다. 나라도라니!
다섯살짜리 여아와 세살짜리 남아는 카 래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따라 부른다.
운진은 운전하는 사이사이 여자조카의 머리를 만져준다.
   한국을 그렇게 금방 쉽게 나가나...
   비행기표도 알아봐야 하고. 
   이민 올 때 썼던 여권이 아직 살아있는지 알아봐야 하고. 
   요즘 연말에는 항공료도 비싸다는데 등등.
그는 조카들을 모친에게 내려주고 밥 먹고 가라는 것을 어디를 가봐야 한다고 바로 돌아서서 나왔다.
그는 진희가 일하는 양품점으로 갔다.
정작 그녀는 그의 누이한테 놀러가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운진이 그 가게에 들어서자 진희가 마치 뭘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놀랜다. "저 가야 해요!"
   "왜 그래? 여태 내 동생 얘기만 하더니?"
   "네? 아이고."
진희가 달아났다.
누이는 그런 여자다. 누가 있는데도 직선적으로 말하는. 그러나 악의는 없다.
운진은 고개를 약간 저었다. 지니가 갑자기 날 왜 피하지 하고. 
   "응. 다녀왔니?"
   "녜."
   "애들이 너 보고 좋아하지."
   "녜."
   "나는 따로 가서 봐야지."
   "버지니아에... 새 여자가 있더라구요?"
   "그래?... 그렇겠지."
운진은 누이에게 꾸뻑 인사하고 나섰다.
그는 진희에게 곧장 찾아갔다.
   "나 미스터 오 못 봐." 진희가 눈을 피했다.
   "미쓰 킴 땜에, 병선이 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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