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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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5. 07:21

   숙희는 상훈의 겁에 질린 얼굴 표정과 도사리는 몸짓을 본다.
육개월차이 나는 사촌 아닌 사촌은 숙희를 늘 괴롭혀 왔다.
심적으로. 그리고 신적으로.
물론 그에게 물리적으로 피해를 당한 적도 있다.
그가 장난으로 건드리며 스쳐가던 손길들이 숙희를 두렵게 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부터 시내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친구들에게 애인이라며 마구 끌어 안고 하던 장난이 지나치면서 그녀의 몸을 더듬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나마 숙희씨와 사촌간이라는 감투를 쓴 것만으로 천만다행인줄 알아라."
   운진이 상훈을 똑바로 노려보며 내뱉는 말이다. "친사촌도 아니지만..."
그런데 그러한 장면이 숙희의 눈에 몹시 익다.
마치 전에도 똑같은 장면을 지켜본 것처럼.
숙희는 운진의 그 다음 행동도 알 것 같다. 
   상훈을 그대로 세워놓고 차에 탄다면...
   그런데 상훈이 차로 다가오고.
   운진이 내려서는 상훈을 단 한방으로 벌렁 나가 자빠지게 한다...
   "그만 하고 가자, 운진씨." 숙희는 운진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
운진은 숙희를 옹위하듯 하며 차로 돌아섰다.
그 때 누가 그들의 등 뒤에서 불렀다. "누군가 했더니 숙희구나?"
   고모!
숙희는 반사적으로 돌아섰다. "고모!"
숙희는 고모에게 달려가서 끌어 안았다.
그녀는 눈물이 절로 나왔다.
운진은 고모에게 머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했다.
상훈이 우물쭈물하며 제 모친 곁에 가서 섰는데, 눈으로는 운진을 계속 경계하듯 한다.
숙희는 울음을 진정시킨 다음에 고모를 들여다봤다. "그 간 안녕하셨어요, 고모?"
   "나야 맨날 그렇지."
   고모의 눈길이 운진에게 날아온다. "둘이 아직도 잘 사귀는가 보네?"
   "응... 한 집. 난 운진씨 화원에서 살어. 공희네랑 따로."
   "소문대로 같이 산다구?"
숙희는 대답하기 전에 운진을 봤다.
   "따로 삽니다. 어차피 비어있는 방이 있어서 숙희씨가 쓰고, 저는 집으로..."
   운진이 짜증스런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소문 따위는 신경 안 씁니다."
   "숙희 얘 아버지 말로는..."
   "저희들 보다는 가까이 있던 작은따님을 더 관심있게 지켜 봤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 그거야, 지들 좋으면..."
   "지들끼리 좋다고 함부로들 굽니까?"
   "결혼하는데, 뭐."
   "다행이네요."
   운진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지나갔다. "지들끼리 좋고 결혼할 예정이면 그래도 되는군요. 그러다 끝내 헤어지게라도 되면 시침 딱 떼고 말이죠."
숙희는 잘 못 보던 운진의 표현 방법에 낯설지만, 그를 이해한다. 왜.
때때로 숙희가 먼저 무너지려 하는데, 즉 그녀가 먼저 신체의 접촉을 허락하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운진이 만류한다.
그런 사람이 공희의 경우를 뭐라 하는데, 숙희는 이해한다.
이어 숙희의 고모부도 궁금한지 밖으로 나왔다.
운진은 그 고모부에게는 크게 인사했다. "아이고오, 어르신!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응, 왔나?" 고모부의 운진을 대하는 태도.
한씨를 포함해 상훈네를 보기만 하면 이를 가는 운진 그가 고모부에게는 저리 친근하게 글어? 
숙희는 언제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들인가 의아해 한다. "운진씨, 고모부를 알어?"
   "자주는 못 뵈었어도..."
운진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고모부도 고개를 끄떡이며 역시 미소로 대했다.
숙희는 이상하게 낯 익은 장면들 같아 이젠 혼동이 온다.
   나 알지 못하는 새에 만난 적들이 있나...
   마치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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