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과 숙희는 고모와 고모부가 그러는 거 아니라 해서 하는 수 없이 가족사진 찍는데에 참여했다.
단 상훈이는 숙희 곁에 서지 못하고 운진이 가운데 서고 거기서 한칸 건너에 서야 했다.
카메라 맨이 주목하라 하고 셋 둘 하나 번쩍 할 때, 숙희는 운진의 팔을 얼른 잡았다.
공희가 언니랑 따로 찍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신부 옆에 숙희가 서고, 신랑 옆에 운진이 서야 했다.
카메라 맨이 초점을 맞추려다가 자꾸 보고 했다. 아무리 각도나 거리를 조절하려 해도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너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어쨌거나 신부가 원하는 것이니 플래쉬는 터졌다.
그런데, 카메라 맨이 운진과 숙희를 불러 세웠다.
그의 스튜디오에 내다 걸 커플 사진 모델이 되어 달라고.
"칼라로 크게 확대해서 한번 내 걸어 보려구요."
"안 해요! 싫어요!"
숙희가 펄쩍 뛰며 달아났다. "별 꼴이야!"
운진은 끌끌끌 소리내며 웃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이 어쩌다 서로 마주 선 자세로 보게 되었는데.
즉 숙희가 운진더러 그만 가자고 하고.
운진이 그럼 동생에게 축하의 말이나 전하자고 그런 말을 주고 받는 중이었는데.
"저, 여기 잠깐만요!" 하는 외침 소리에 두 사람은 그 소리가 난 방향으로 얼굴들을 동시에 돌렸다.
자연히 서로의 어깨가 살며시 닿았고, 얼굴들이 정확히 카메라를 향했다.
반짝!
플래쉬가 터졌다.
그 스냎 사진은 5 x 7 사이즈로 하나 만들어져서 숙희의 책상 위에 놓여졌다.
이제 그녀는 운진의 독사진 하나와 둘이 함께 찍힌 사진을 가졌다.
그녀는 새로 얻은 사진을 볼 때마다 웃는다.
"진짜 뻔뻔한 사람들이네!"
숙희는 전화통에다 대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돈을 더 달래!"
"음식점에서 바가지를 씌우는데, 세 본 사람이 없으니 어쩔 겁니까."
"알았어! 내가 줄께."
"제가 벌써 줬어요."
"벌써? 왜 자꾸 운진씨더러 돈을 달래?"
"뭐... 어차피 우리를, 뭐... 식만 안 올렸다 뿐이지, 같이 사는 걸로 보니까."
"운진씨가 결혼식장에서 못 박았잖아. 우리 따로 산다고."
"내버려 둡시다. 저야 어부지리격으로... 숙희씨만 명예훼손 받는 거지."
"어이그!"
숙희는 운진의 농에 웃어줄 수 있었다. "얼마 줬는데?"
"됐어요."
"얼마냐니까?"
"이젠 더 이상 손 못 벌리겠죠."
"그렇다면 나도 얼마나 좋을까..."
숙희는 돈 내놓으라고 앙칼지게 욕하던 공희모의 얼굴이 눈 앞에 선하다. 돈은 여전히 뜯긴다.
단 상대가 오운진 상대인 만큼 앙칼지게를 못 하나.
'뭐가 달라. 체면도 염치도 없이 나오는 건 똑같은데.'
이제 나는 엉뚱하게 돈 얽힌 문제로 운진씨한테 약점 물리고 들어가는 건가?
식구라고 전혀 도움이 아니네?
"그, 공희 신랑은, 일 나간대?"
"안 물어봤죠. 그런 걸 물어보는 자체가 말을 잇겠다는 제스처로 보이니까요."
"고마워, 운진씨. 본의 아니게 운진씨한테 신세지고, 나는 나대로 면목이 없네?"
"잘 적어 놓기나 해요. 밥 달랄 때 코 꿰는 거니까."
"어이그! 그 놈의 밥 타령은."
숙희는 소리내어 웃을 수 있었다. "침대 날라주고 밥 달라 하기 시작하더니 잊지도 않네."
"밥타령은 밥을 줘야 끝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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