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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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4. 07:52

   "아까 그 사람들은, 저의 외삼촌하고 숙모하고 숙모의 먼 조카딸, 그러니까 사돈이예요."
   "아, 네." 숙희는 정말 맛있는 짬뽕을 연신 든다.
   "삼촌이 한국 나가셨다가 몇달 만에 도로 온 거예요."
   "아, 네."
   "그 때 떠날 때, 화원을 저한테 팔았는데요. 다시 한다고 해서."
   "돈 돌려주고요?"
   "음... 아뇨. 대신 삼촌네 집을 우리가 하기로... 거기 화원에 살림도 할 수 있게 꾸몄거든요."
   "그러니까요."
   "지금 화원이, 삼촌이 저한테 팔았을 때 보다 매상이 몇배 넘거든요. 만일 제가 그걸 정식으로 판다고 하면... 제가 살 값의 몇배는 받아야..."
   "그렇게라도 되면 맞바꾸는 게 손해 아닌가요?"
   "그러니까요." 이번에는 운진이 숙희처럼 말했다.
   "그 집... 바꾼다는 데가 어딘데요?" 숙희는 그 질문을 아주 힘들여서 했다.
   "펜스빌이라고..."
   "네?"
   "저기, 랔빌 파이크(길 이름)로 올라가다가 랜돌프 로드(길 이름) 만나면 우회전."
   "네?"
   "미쓰 한네서 얼마 안 멀어요."
   "그, 그러니까요."

   둘은 화원으로 돌아왔다.
이제 화원은 앞의 체인 문이 그냥 지쳐져 있다.
   "원래는 제가 저녁 대접을 해드려야 올바른 순서인데요. 오늘 저녁 잘 먹었습니다."
   숙희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치하를 했다. "좋은 말씀도 많이 나누었구요."
   "녜. 빚 갚으시라고 하면 좀 유치하고. 저는 이 화원을 넘겨줘도 당분간 더 일 할 거거든요."
   "아, 네."
   "바로 가실 거죠?"
   "그, 그래야죠. 저도 너무 늦었어요. 아, 그리고."
   "녜?"
   "방금 빚 갚으라 하면 유치하다고 하신 거."
   "녜."
   "좀... 남을 미리, 뭐랄까, 막으시는 거 같애요."
   "녜. 헤헤헤... 저녁은 그냥, 아무나 살 수도 있거든요. 그래 놓고, 빚 운운하는..."
   "오늘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누고, 맛있는 짬뽕도 먹고 그랬는데.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하시니 그 좋았던 기분이 싹 가시네요."
   "아뇨, 전요... 그, 그럴 의도는 아니었죠." 
   운진은 어둠 속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그는 아예 두 손을 내저었다. "차라리 암말도 말 걸. 제가 원래 말주변이 없거든요."
   "하여튼 오늘 맛있는 짬뽕 소개해 주신 거는 잊지 않을께요."
   "녜, 녜." 운진은 허리까지 굽신했다.
숙희가 아주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히 계세요."
   "녜, 녜! 조심해 가세요." 운진은 머리가 땅에 닿다시피 했다.
거기서 숙희는 어둠 속이지만 웃음을 보냈다.
   "이리로 우회전하셔서 쭉 가시다가 신호등 만나면 좌회전." 
그가 길가로 아예 나섰다.
   "네. 알아요."
   "녜, 녜."
   "참! 내일, 졸업식 하시는 거, 축하해요."
   "녜, 녜! 미쓰 한은 더 좋은 데...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저더러 다른 데 나왔다는 말씀 하시려고 그랬죠."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숙희는 후후 웃어주었다. "갈께요. 안녕."
   개가 어둠 속에서 껑껑 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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