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은 새벽에 운진이 와서 문을 열어야 삼촌이 부시시 일어나 나온다.
금요일 아침부터 더운 비가 내렸다.
운진은 이것저것 밖으로 다 내놓도록 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이 치가 비오니까 꽁치는 줄 미리 알고 혼자 뉴 욬 갔나?
진짜 무대에서 그걸 하나...
운진은 같이 못 가 보는 것이 아쉽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진짠가...
그런데 아침 아홉시 되어 박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계속 졸랐다.
어차피 비 오면 화원은 꽁치니까 삼촌더러 혼자 보시라 하고 뉴 욬 가자고.
그래서 둘은 그냥 어디 가까운 데 간다고, 삼촌의 허락 받고 떠났다.
삼촌의 바쁘면 집에 전화할테니까 오라는 말에 네네 하고.
수키는 비 오는 날의 한가한 은행을 그냥 거닌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은행 볼 일도 귀찮은가 보다 하며.
그녀는 시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달력을 본다.
내일 교회에 가보자.
그녀는 메릴랜드 장로 교회의 위치를 이미 알아놓았다. 그나저나 전에 벤더 한다고 할 때도, 나중에 아빠의 가게를 사서 하던 때도 같이 드나들었던 그 여자와는 계속 사귀나?
수키는 운진에 대해 그 점이 가장 궁금하다.
그냥 그런 사이면 내가 확 과감히 나서버려?
미스타 오 내성적인 것 같던데, 그 여자랑 깊은 관계까지 갔을까?
아니, 모를 일이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고, 새침떼기가 먼저 호박씨 깐다잖아.
에잇! 용서해 줘.
남자가 결혼할 여자 붙잡기 전에 한두번쯤 여자 경험은 하겠지. 그리고 미스타 오 보통 꾼이 아닌 것 같다고 너 한숙희 이미 단정했잖아.
수키는 창 가에서 걸음을 멈추고 비 오는 밖을 내다본다.
웨이트! 한숙희, 너 지금 무슨 상상을 어디까지 하는 거니! 결혼할 여자?
하지만 난 아직 처년데...
미스타 오가 여자 경험 많은 남자면 어떡하지?
나는 이 나이 되도록 남자하고 키쓰는 커녕 손도 아직 안 잡아봤는데 만일 미스타 오는 아주 능숙한 경험자면, 나 너무 억울할 거 같애.
결혼식 하고 신혼 여행 갔는데, 첫날밤에 나를 척척척 다루면 난 실망할 거 같애.
그렇다고 나도 어디서 경험 쌓고 쎔쎔(same) 하자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미스타 오란 남자가 보통 꾼이 아닐 것 같다.
대부분의 바람둥이들은 확 휘어잡고 결혼하면 맘 잡고 오직 부인만 바라보고 산다던데...
아빠만 빼고.
수키는 어쩌다 들어온 고객이 고액 인출을 한다고 해서 텔러 창구 뒤로 부지런히 갔다.
그 고객은 좀 멀리 떨어진 동네에서 술가게를 하면서 동시에 체크 캐쉬를 한다는 오십대의 한국 남자인데 올 때마다 숙희에게 야한 농을 걸곤 했다.
데이트 안 해주면 디파짓 거래를 끊겠다는 둥.
사우쓰 캐롤라이나 주의 해변가로 골프 토너멘트 참가차 가는데 같이 가겠냐는 둥.
다행히 그가 지껄이는 한국말을 미국인들이 못 알아들으니 망정이지, 숙희는 그 자의 수작을 그저 무시하는 미소로 대한다.
그가 현찰로 이십만 불을 인출했다.
한주 걸러씩 주말이 다가오면 그가 늘 하는 순서이다.
이 날 그가 야한 농을 던졌다.
미쓰 한이 그 돈 직접 갖다주며 체크 캐쉬하는 거 도와주면 아주 근사한 데로 데려가서 밥 사주고 좋은 시간 같이 보내겠다고.
"제 약혼자가 태권도 4단인 거 아시고 하시는 말씀이시겠죠?"
"나는 합기도 유도 태권도 합셔서 16단인데?"
"그 사람은 맨손으로도 사람 숨통을 끊어요." 숙희는 그녀도 모르는 엉뚱한 말이 나갔다.
"얼씨구!" 그자가 텔러들 뒤를 기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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