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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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5. 01:36

   성가대 베이스의 오운진이가 애인을 교회에 데려와서는 찬양에도 예배에도 빠지면서 연습실에서 노닥거렸다는 소문이 결국 교회 내에 쫙 퍼졌다. 
둘이 아주 혼쭐나서 도망쳤다고.
그 소문에 가장 못 견디는 이가 최영란이다.
게다가 오운진이가 아예 교회에 발을 끊었다고 말이 도니 최영란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당연히 쏘프라노 파트를 맡지 않겠다고, 그녀도 교회에 발을 끊겠다고 했다.
몇몇 사람들은 오운진이가 주동해서 사촌동생도 안 나오게 하고 피아노 반주자도 빼돌렸다 했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다른 장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을로 접어들며 사람들의 땀띠를 가시게 해주는 소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오운진이와 전병선이가 완전히 안 나온다는 것에 황성렬이 얼굴을 나타냈다.
지휘자가 성렬과 영란을 이중창으로 꾸며보려는데.
영란이 콧방귀도 안 뀌었다는 것은 둘째치고 청장년회가 갑자기 팍 줄어들었다고.
황이 다시 나타남으로 해서 많은 청년들이 발을 끊었는데, 오가 다른 데로 모두 꼬여간다고.
   "아들이 어디 나가는지 아버지가 모른다니, 말이 됩니까?"
   장로 한 사람이 오상현 집사를 불러세우고 따지는 것이다. "가면 혼자 갈 것이지. 청년회의 다른 이들를 꼬득여서 다 따라가게 하고 말요."
운진의 부친은 말 대꾸 할 가치를 못 느껴서 잠자코 있는데.
   "당신같은 이가 장로랍시고 나서니까 성도들이 도망가지, 얻다가 누명을 씌워요!" 
   운진의 이모가 그 장로를 떠다 밀어서 뒤로 넘어지게 했다. "돈 보고 그러는 게 장로야?"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오 집사네 부부와 딸 그리고 화원집 김씨부부도 교회에 발을 끊었다.
어디 그 뿐인가. 
운진모의 친정 동생들 즉 김해 김씨 집안과 그에 딸린 집안들이 몽땅 결석을 시작했다.
숫자로 하면 자그마치 사십명이 넘을 거라고.
운진의 부모는 물론 아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운서도 핑게 김에 집에서 살림하며, 애들과 친해지려 하며 지낸다.
정작 소문과 누명의 장본인들인 운진과 숙희는 그런 것들에 아랑곳 없이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만나서 차차 애정을 키워가고 있다.

   10월의 어느 토요일.
두 사람은 한적한 교외로 나갔다.
   "델리버리 일 힘 안 들어요?" 숙희가 운진에게 물은 말이다.
   "할 만해요."
   "운전하는데, 위험하지않아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죠."
두 사람은 이제 손을 잡고 작은 개울도 건너고 하는데.
둘이 주고받는 대화는 아직도 존칭이다.
둘은 들판에 사람들이 놀러와 있는 중에 끼었다.
운진이 숙희를 물가 바위 위에 앉게 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소형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잇! 하지 마요?" 숙희가 고개를 돌렸다.
운진은 싱글싱글 웃으며 카메라를 계속 겨냥했다.
숙희가 치웠나 하고 돌아보는 순간.
운진이 셔터를 눌렀다. "그 돌아보는 자태가 예술 그 자체입니다."
숙희가 일어서며 주먹을 치켜 들었다. "혼내줄까부다!"
운진이 그것을 또 카메라에 담았다.
   "이리 와요!" 숙희가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운진이 뒷걸음질치며 필름을 다음 컷으로 넘기다가 숙희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다.
   "똑바로 서요."
   숙희가 카메라를 모로 세웠다. "여기 보구!"
운진이 자세도 이상하게 카메라를 쳐다보는데, 그녀가 셔터를 찰칵 눌렀다. 그리고 그 일회용 카메라는 필름이 다 되었다.
숙희가 약간 흘겨보는 자세의 독사진.
운진이 간편한 등산복 차림으로 엉거주춤 섰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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