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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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26. 05:09

   운진은 일초도 생각하지 않았다.
틀림없이 우리 사이를 놓고 무슨 일이 있었구나!
그는 숙희더러 일단 내리라고 비켜 섰다. "어디 가서 얘기 합시다."
숙희가 차 문을 도로 닫을 듯이 손으로 잡았다. "오운진씨 대답부터 해요."
   "조 앞의 세븐-일레븐으로 갑시다." 운진은 제 추렄으로 뛰어갔다.
운진은 그 편의점 주차장으로 가면 숙희가 따라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숙희의 차가 그 편의점을 지나서 계속 가는 것이다.
운진은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들 때문에 바로 돌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 새 숙희의 하늘색 차는 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운진은 가까스로 유-턴을 만들어서 숙희의 차가 간 방향으로 달렸다. 
주위를 아무리 살피며 가도 그녀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추렄의 속력을 줄였다 늘였다 하며 반대 방향의 찻길도 계속 살폈다. 혹 그녀가 미처 못 꺾어서 지나쳤다가 멀리서라도 되돌아 오나 해서.
그는 그 편의점으로 다시 가봤다.
그녀의 하늘색 차는 그 곳에 있지 않았다.
운진은 일단 그 편의점의 주차장에서 잠시 있었다.
   '뭐야... 나더러 사랑하냐고 묻고는. 그대로... 혼자 어디로 떠난 거야?'
그러다가 운진은 불에 덴 놈처럼 화들짝 놀라며 추렄을 움직였다. '두 군데 가 보면 안다!'

   그는 밤이라 못 들어가겠지만 혹시나 하고 공원에 먼저 갔다.
그 곳의 주차장은 밤고양이 새끼 한 마리 없었다.
그는 화원으로 달렸다.
그 곳에도 그녀의 차는 안 보였다.
   '어?'
운진은 예상이 빗나갔음에 실망감이 들었다. '내가 안다고 여겨온 숙희씨는 결국...'
그는 추렄 엔진의 발동을 껐다. 헤드라이트는 그냥 켜 둔 채.
화원은 삼촌네가 자는지 깜깜했다.  
그는 행여 헤드라이트가 삼촌네 취침에 방해될까봐 끄려다가 뭘 보고 조금 놀랬다.
화원 뒷뜰에서 물체가 하나 걸어오는 것이었다.
깜깜한 배경에 헤드라이트를 받은 그 물체는 하반신이 없는 유령 같았다.
그 물체가 추렄에서 십보 정도 간격을 두고 멈췄다.
운진은 그제서야 그 물체가 숙희임을 알았다.
그는 헤드라이트를 끄고 추렄에서 뛰어 내렸다.
그가 숙희에게 달려가니 그녀가 두 팔을 벌렸다.
둘은 세게 클린치하며 서로를 꽉 끌어 안았다.
운진은 순간적인 충동에 그녀를 키쓰하려 했다.
그런데 숙희가 고개를 약간 돌렸다. "노! 하지 마!"
   "굳 투 씨 유!" 운진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이런 챈스로 어설프게 내 입술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못 됐어."
   "그래도 여기 계실 거라고 달려온 게 기특하지 않아요?"
   "인제 오구선 무슨 자랑을..."
그제서야 운진의 시야에 그녀의 차가 밭에 세워진 것이 희미하게 들어왔다.
   둘은 추렄 타고 나가서 사 온 커피를 하나씩 가졌다.
운진은 추렄에 그냥 놔두고 다니던 야전 잠바 스타일의 저고리를 숙희에게 입히고.
둘은 원두막에 올라가 앉았다.
숙희가 잠바를 냄새 맡았다. "오운진씨, 담배 피워요?"
   "냄새 나요?"
   "조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웠었는데 끊었어요."
   "담배나 배워볼까..."
   "나중에 부부가 같이 피우시게요?"
   "보기 흉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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