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사람들이 올라오면서 웅성거렸다.
엇!
어머!
둘은 뭘 하다가 들킨 자들처럼 화들짝 놀라며 떨어졌다.
숙희가 가운을 운진에게 건네고.
운진이 그 가운을 옷 거는 데에다 걸다가 가운실 문이 열리며 성가대원들이 들아닥쳤다.
"여깄네!" 대원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더위가 극과 극으로 기승을 부리던 그 늦여름이 싹 물러가고.
교회는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 바람에 듬성듬성 비었다가 다시 채워진다.
운진과 숙희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안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병선도 덩달아 안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희만 나왔다가 말 걸 상대를 못 찾고 중도에 가버렸다.
날씨 좋은 일요일이면 운진과 숙희는 개들을 데리고 공원에 간다.
개 두마리를 추렄 뒤에 싣고, 사람은 앞에 타고.
그의 추렄에는 에어콘이 없으므로 창들을 내리고 간다.
숙희는 큰 색안경에 아주 얇은 긴 소매 블라우스를 즐겨 입는다.
운진은 주로 카키색 반바지에 흰색 또는 검정색 폴로 셔츠를 입는다.
그리고 둘은 개들을 바꿔서 걸린다.
운진의 레보도어 개는 낯을 무척 가리는데, 숙희에게만은 처음부터 껑 하고 꼬리를 친 놈.
숙희의 개는 운진이 걸리면, 아주 종종 걸음으로 앞서 간다.
둘은 늘 찾는 벤치에 앉는다.
그러면 큰개는 옆에 엎드리고 작은개는 벤치에 올라서 앉는다.
"하시는 일은 재미있으세요?" 운진이 물었다.
"점점 일량이 늘어나고 그러네요."
"그래도 워낙에 건강하시니까, 다리도 빨리 나았네요."
"건강해서라기 보다는... 네, 빨리 나은 셈이라고 해요."
"다행이예요."
"참! 그 때, 저 사고났을 때. 절 어떻게 빨리 알아보고... 어딜 가시던 길이었어요?"
"어이, 시이."
"왜요."
"그걸 말하면, 또 저질이라고 말 들을 텐데."
"네?"
운진은 박과 같이 뉴 욬에 갔었다는 사실을 즉 뭐 하는 거 보려고 갔다가 헛탕쳤다고 결국 밝히고, 숙희에게 살짝 꼬집혔다.
그런데 숙희의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저도 궁금한데요?"
"녜?"
"무대에 남녀가 나와서 성행위의 실연을 보인다..."
"..."
"어떻게 보면 외설이겠지만, 만일 연기로 하면 예술이겠는데요?"
"..."
"정말... 그걸 할까요?"
"저도 실은 그게 궁금해서..."
"에이, 설마. 그냥 연기겠죠."
"녜에."
"배우들은 키쓰도 실감나게 연기하잖아요. 정말 키쓰를 하는 것처럼."
"여기 미국 영화 보면 진짜로 키쓰하..."
"에이. 남남인데. 아무리 배우라 해도 진짜로 키쓰를 하겠어요?"
"녜에..."
"미국은 개방 사회라 영화에서 여배우가 빨가벗고 나오지만. 정작 애무씬 같은 거는 다 보여주지않고 분위기로..." 숙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운진은 아주 가끔 극장에서 본 포르노 영화를 말할 뻔했다.
그런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키쓰는 물론 서로의 성기도 입으로 빨고 삽입도 진짜로 하는데. 그래서 어떤 때는 성기들이 정말 교합해서 신나게 운동하는 걸 화면 한가득 클로즈업 해서 보여도 주는데. 연기 아니던데... 연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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