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여늬 때처럼 로스트비프를 시켰는데.
이번에는 소스에 담궈가며 하나도 안 남기고 싹 먹어치웠다.
그녀는 고기와 함께 나온 알코홀도 붉은 와인으로 한 잔 거뜬히 비웠다. 그리고 운진의 몫으로 나온 야채 샐러드에도 손을 대었다.
"나 갑자기 너무 먹지."
"소화만 시키면야..."
"침 맞고 지압 받아서 그러나?"
"아무래도... 등 만질 때 보니까, 윗부분에서부터 꽉 막혔다 하더군요. 그걸 지압으로 풀어주니까 위장이 활발히 움직이나 보죠."
"음... 이런 얘기 해도 되나."
"..."
"소변도 굉장히..."
"신장을."
"희한하지?"
"그 냥반이 적어도 우리한테 속이지 않죠."
"..."
숙희는 침 다 맞고나서 일어나 앉았을 때 운진 곁에 앉아서 지켜보던 여성이 신경쓰인다.
굉장히 미인형에다가 그냥 와서 구경하는 품이 아닌 것 같던데.
남 침 맞는데 암만 아버지 일하는 데라고 구경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 정도는 알 만한데.
숙희는 딱히 물은 계제가 떠오르지않아 망설여진다. "침 맞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네."
"흐... 벗어야 한다면 벗어야 하니까."
"그래도 어떻게... 처녀더러 위 다 벗으라고."
숙희는 야채 샐러드를 포크로 꾹 찍었다. "엉덩이도 까라 그러고. 부끄러워서."
운진은 숙희가 쓸데없는 말로 앞막음을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는 구태여 그녀에게 이러쿵저러쿵 물어보지 않기로 한다.
일 문제라면 그는 그녀의 전근에 반대 의사를 표했고.
숙희는 말로는 꼭 전근을 가야 한다면 그만 둔다는 사표를 던졌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일부러 전화 와서는 푹 쉬고 나오라...
운진은 또 실망감이 든다.
숙희란 이 여자는 역시... 믿을 수가 없는 여자야.
운진은 화원에다 숙희를 남겨두고 과수원으로 왔다.
그는 사촌동생 병선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날 과수원에서 만났던 결혼 대행회사 사람들이 잘 해주고 있는지 물었다. "근데 비데오 촬영값이 좀 비싼 것 같다."
"그럼, 성이 대신 촬영해주던가."
"니네 집에 비데오 카메라 있지?"
"응. 성이 해줄 거야?"
"시켜라."
"에이... 그럼, 성이 비데오값 대주던가. 흐흐흐!"
"니 결혼식에 내가 왜 그런 걸 대냐."
"부탁... 안 들어준다?"
"비데오 비용은 나중에 또 얘기하자."
운진은 사촌동생의 입을 그렇게 막았다.
병선을 통해 진희더러 영진을 만날 수 있도록 다리 좀 놓아달라한 부탁을 갖고 그러는 것이다. "야! 내일 일찍 오는 거지?"
"흐흐흐!"
"해 준다고 말 꺼냈으면 지켬마."
"알았어, 성. 성 변덕도, 차암!"
"니가 나한테 한 짓거릴 봐서라도 해!"
운진은 사촌동생과의 통화를 그렇게 마쳤다.
영진씨 만나지면 그냥 붙잡아야겠다.
숙희씨는 진짜 못 믿겠어. 아니.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겠어. 위기만 넘기면 또 다른 말 하고.
암만 생각해 봐도 불안정한 성격처럼 밖에서 남자들과의 처세도 엉망인 것 같애.
나씨아저씨 말도 그렇고...
여자더러 술 들어가면 이기지 못 해서 인사불성 될 거라는 말이 어디 당키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