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는 실장갑을 끼고 나무토막들이나 드라이월 쪼가리 등을 추렄으로 실어 날았다.
그리고 그녀는 다 끝난 것처럼 여겨지는 공간을 빗자루로 쓸었다.
병선이가 큰 쓰레기를 추렄으로 날랐다.
운진은 지나치다가 숙희가 무얼 줍거나 하면 쳐다보다가 계속 갔다.
그 날로 일층의 외벽이 다 끝났다.
"이제 여기다 페인트 칠 해?"
숙희의 묻는 말에 병선이가 사촌형을 봤다.
"이음매마다 빠대 바르고. 마르면 뻬빠질 해야죠."
운진은 숙희를 보지 않고 병선이 대신 그렇게 말했다.
세 사람은 깨끗해진 바닥을 둘러보았다.
"야. 대충 손 씻고 먹으러 나가자." 운진이 먼저 움직였다.
숙희는 어쩌지 못하고 제 자리에 섰다.
"형수님도 가셔야죠."
병선의 그 말 그 호칭에 숙희가 먼저 놀랬고, 운진이 사촌동생을 째려봤다.
"새삼스럽긴, 성두!"
병선이가 픽 웃으며 발을 떼었다. "밖에 이미 소문이 쫘악 났는데."
병선이는 제 추렄을 몰고 가고, 숙희는 운진의 추렄에 타고 해서 셋은 실버 스프링 시에 있는 ㅎ 음식점으로 몰려 갔다.
"성이 사는 거지?"
병선이가 앞장 서서 안내 받으며 한 말이다.
"나보다 돈 더 많이 버는 놈이."
"내가? 아니, 성은 과수원..."
운진이 병선이의 다리를 툭 찼다. "앉기나 해."
숙희는 당연히 운진 옆에 앉았다.
병선이는 소주부터 시켰다.
우선 밑반찬부터 좀 주세요 하면서.
"이 집에 해물전골이 괜찮더라구, 성?"
"오늘 내가 살께요."
병선과 숙희의 말이 섞여 나왔다.
운진이 의자 등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켰다. "야! 싼 거 시켜."
"어, 왜. 형수님이 사신다니까, 바꿔?"
"간단히 술 하고."
"내가 살께, 시키고 싶은 거 시켜, 운진씨."
숙희의 말에 병선이 눈을 찔끔했다. "거 봐, 성."
"거, 자식은!'
운진이 그제서야 숙희를 봤다. "말이 달라진 거예요?"
"음?"
숙희는 일단 병선을 의식해서 그를 봤다. "아니, 그냥..."
"숙희씨."
"응?"
"또 전화오면, 숙희씨가 밀리는 거예요."
"오늘... 회사 가 봤는데, 그 새 다르게... 대하길래."
"전화 올 겁니다."
"..."
술병과 반찬거리들이 동시에 왔다.
병선이가 소줏병 마개를 뒤틀었다. "뭐, 콤플레인 들어갔나 본데, 성?"
"마개가 안 열려있냐?"
"내가 지금 소리 내고 땄잖아."
"거, 그렇게 해서 몇푼 더 남는다고."
"그래 말야, 성."
병선이가 잔이 두 개인 것을 보고 사촌형을 봤다. "운전하시니까?"
운진이 시선을 피했다. "나 오늘 술 들어가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