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진이 저녁 뉴스 할 시간인가 하며 텔레비젼을 켰다.
그가 채널을 두어 군데로 바꿔가며 잠깐씩 보다가 리못 콘추롤을 숙희에게 주었다.
"그 사람이 말한 것처럼, 금광을 히트 한 것처럼 대단한 일이면, 뉴스에 금방 나오겠죠."
"나더러 만일 보도진에 공개되어도 절대 입 벌리지 말라면서."
"모르긴 해도, 숙희씨가 대단한 걸 찾아낸 모양이죠."
"우리 나라 돈으로 수십억대야, 운진씨. 일 대 천으로만 쳐도."
"그걸, 이제, 아버지란 이가 인정하고 내놓던가, 아니면, 법정 투쟁까지 가던가."
"나, 그만 둘까 봐, 운진씨."
"기다려 봐요. 회사에서도 중요하니까, 숙희씨에게 예정에도 없던 휴가를 주고, 말 조심 하라고 철저히 단속하죠. 숙희씨를 보호하려고."
"여기 괜찮겠지, 운진씨."
"여기를 걔네들이 압니까?"
"회사에서 안채 전화 번호를 알..."
"앤서링을 빼야겠군."
그 날부터 운진은 집으로 가지않고, 화원 안채의 리빙룸에서 기거했다.
숙희는 방에서 지내며 수시로 밖을 내다봤다.
운진이 레보도어 개를 뒷문 가까이에다 묶어 두었다. 그리고 혹시나 몰라 숙희의 하늘색 혼다 승용차를 길에서 안 보이게 뒷마당에다 옮겼다.
숙희는 뉴스 프로할 시간이면 채널을 빠르게 넘기며 지켜봤다.
그러면서 주말을 넘겼다.
그리고 돌아온 일요일.
운진은 숙희에게 문 단속하라고 단단히 이르고 뒷채를 나서는데.
숙희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따라 가겠다고 불러 세웠다.
"공희어머니를 만날텐데요."
"상관 안 해. 날 딸 아닌 걸로 취급하면서 왜 그런대?"
"괜찮겠어요?"
"운진씨만 내 옆에 있어줘."
"그럽시다."
그래서 둘은 추렄에 타고 화원을 떠났는데.
운진은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옮겨간 다른 장로 교회로 가지않고, 예전에 다녔던 데로 갔다.
주일이면 주차장이 꽉 찰 정도로 붐비던 교회가 곧 예배를 시작할 시간인데도 한적했다.
혹시 예배 시간이 바뀌었나.
운진은 중얼거리면서 숙희더러 잠깐 타고 있으라 하고 추렄을 내렸다.
그는 정문 곁에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 시간표를 읽었다.
한글로 씌여진 예배시간은 열시. 맞는데. 희한하네...
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운진은 그냥 무심히 그 차를 쳐다봤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올즈모빌의 대형 승용차이다.
그 세단이 주저주저하며 다가오다가 운진의 추렄 옆에 와서 섰다.
운전석 쪽의 유리창이 내려가더니 머리 하나가 나왔다.
"미스타 오 아냐?" 최 장로였다.
운진은 무조건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십니까!"
최 장로의 머리가 들어가고, 유리가 올라가고, 이내 그 차의 발동이 꺼졌다.
그 차에서 최 장로를 위시하여 마나님, 최영란 그리고 최영아가 내렸다.
영아가 제일 먼저 운진을 향해 꾸뻑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오. 오랫만이구나?" 운진은 영아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영란이 추렄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최 장로가 운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기로 온 건가?"
"녜!... 원래 딴 교회로 안 바꾸셨나요?" 운진은 저도 모르게 영란을 쳐다보고 대답했다.
"오늘 우리 큰애가 갑자기 이리로 오자네."
최 장로의 그 말에 운진은 뒷머리를 만졌다. "전 제 차가 이리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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