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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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8. 10:11

   지휘자 선생님은 버지니아의 어느 교회로 가시고.
   목사님은 장로들의 당파 싸움에 지쳐서 전도사를 앞에 세우고 휴무시라고.
   "이제는 교회 주차장이 아예 흡연 장소야."
   최 장로가 개탄했다. "교회 건물 주인에게 렌트비도 석달 밀렸고."
영아가 앞에 나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다.
무슨 특별 찬양 때면 이백명도 넘게 꽉 차던 본당은 곧 열시가 되는데, 스무명 가량이 여기저기 식구들끼리 모여 앉아있다.
   "성가대도 없습니까?" 운진이 강단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 그냥, 각 파트에 하나씩? 우리 큰애가 쏘프라노. 우리 마누라가 메조 쏘프라노. 나는 여전히 테너. 그리고 청년회 총각 하나가 베이스."
   "황군은 안 나옵니까? 테너?"
최 장로가 헛기침을 크게 했다. "사실은, 황 장로가 이간질을 해서 교회가 갈라졌네."
영아가 어떤 찬송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어때. 기왕에 왔는데, 성가대에 안 올라갈텐가?"
최장로가 말하면서 이미 운진의 셔츠 자락을 잡아 당겼다.
그 바람에 운진은 나무벤치에서 일어서며 숙희의 팔을 잡았다.
숙희는 운진 곁에 앉아 있다가, 날벼락처럼, 이끌려져 일어섰다.

   몇몇 본당에 앉은 이들이 운진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수군거리는 것이었다.
예배 전에 부르는 찬송가 차례에서 오십명 정도가 모인 본당에서보다 겨우 일곱명 정도 나란히 선 성가대가 더 크게 불렀다.
그것 갖고도 예배의 시작은 흥이 돋았다.
운진으로서는 처음 보는 남자가 강단에 나왔다.
   정말 전도사가 예배를 주도?'
운진은 의아해 했다. 와아! 진짜 개판이네?
누가 뒤에서 운진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운진은 살짝 뒤돌아다 보았다. 그리고 그는 얼른 일어서서 구십도로 인사했다.
목사님이 미소를 띄우고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목사님이 강단으로 내려갔다.
전도사가 뒤를 흘낏 보고는 단상 옆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우리 다같이 성경책을 폅시다?"
목사님이 여전히 우렁찬 음성으로 말을 했다.
그가 펼치라 하고 낭독하는 부분이 '돌아온 탕자'를 인용하는 귀절이었다.
   성도들이 모두 떠났지만, 하나님은 기다리신다고.
그 외 여러 귀절을 인용하며, 목사께서는 피 끓는 설교를 했다. 
   이제 하나둘씩 돌아오는 성도들을 따뜻히 맞이하자고.
탕자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나중에 깨닫고 충실한 자식이 되었다고.
   아~멘!
   아~멘! 
   아아아아메엔~
설교 후의 비록 짧은 세번 기도송이지만, 쏘프라노의 영란의 꾀꼬리 같은 음색과 하나 더 추가된 메조 소프라노의 숙희, 그리고 특히 맨 마지막 부분에서 베이스가 바닥까지 내리는 미 음이 특징인 운진을 더해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즉석에서 성가대 대원들의 저녁식사 초대가 광고되었다.
   아아아멘~
   아아아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멘!
   아아멘! 
   아아멘!
   아아아아아아멘!
   아~멘~
예배 후의 목사의 축도 후 일곱번 아멘송이 본당을 우렁차게 울렸다.
피아노 반주하는 영아가 성가대의 누구를 자꾸 보며 미소를 지었다.
숙희는 해맑은 얼굴의 틴에이저 소녀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영란의 예쁜 눈이 운진을 아예 돌아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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