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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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8. 10:07

   숙희는 느닷없는 유급휴가를 받았다.
그녀는 조심스런 마음으로 출근했다가 보쓰로부터 그렇게만 듣고 돌아나와야 했다. 그것도 그 주의 남은 날들을 쉬고, 돌아오는 월요일에도 일단 전화부터 걸고 하라고.
   "Am I getting fired? (나는 모가지 당하는 거예요?)" 그녀는 상사에게 그렇게 물었다.
채프먼이 손을 마구 내저었다. 
   노, 노, 노 하며.
   그리고 그가 숙희의 귀에다 대고 말했다. [어느 누구와도 이 일에 대해서 말하지 말고. 만일의 경우 밖으로 터져서 보도진의 추궁을 받더라도 절대 말하지 말것!]
숙희는 겁이 더럭 났다.
그가 숙희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You just hit the gold mine! 당신은 방금 금광을 친 거요 하며.

   숙희는 지체않고 화원으로 돌아왔다.
   "응? 이렇게 일찍 퇴근이야?" 운서가 숙희를 보고 그냥 던진 말이다.
숙희는 운서언니에게 인사만 하고 눈으로 운진을 찾았다.
   "운진이 밭에 나가 있어."
   "네."
   "숙희는 아마 못 들어갈 거야."
   "왜요?"
   "지금 소똥 실어와서, 그거 부리거든."
숙희는 우물쭈물 하다가 매장에서 안채로 통하는 문으로 갔다.
그녀는 옷을 평복으로 갈아입으며 뒷창을 통해 벌판을 눈여겨 봤다.
저 멀리에 대형 추렄이 뒤의 것을 사십오도 각도로 올린 상태이고.
그녀는 더 자세히 보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음을 알았다.
숙희는 매장으로 도로 나갔다.
   "언니. 도와드릴 거, 뭐, 없어요?"
   "아서. 괜히 손만 버려."
운서는 꽃화분들을 일일히 손보며 무척 바쁘다.
숙희는 운서 뒤에서 구경하다가 저도 모르게 킥 웃었다. "언니는... 꽃 만지실 분 같지 않은데."
   "그럼?"
   "아뇨. 그냥..."
   "원래 내가 뭘 공부했는지, 들었어?"
   "네!"
   "근데, 그런 거 다 소용없더라."
   "왜요?"
   "남자 하나 잘못 만나니까, 여자 팔자, 전혀 백팔십도로 바뀌고, 자신을 잃어버리더라."
   "아, 네에..."
   남자 하나 잘못 만나니까...
   "근데,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 남자도 여자 잘못 만나면 팔자 사나워지지."
운서가 그 말을 하고는 매장의 한쪽으로 부지런히 가버렸다.
숙희는 운서언니의 그 말이 참 아프게 느껴진다.
   언니는 운진씨의 다른 여자도 가까이서 봤으니까 나와 견주해서 나 들으라고 한 말인가?
   아니면, 운진씨는, 혹시, 밖에서 그 여자를 따로 만나는 건 아닐까?
숙희는 운진이 설령 그렇더라도 뭐라 할 위치나 사이가 아님을 느낀다. 그러니 집에서는 입으로만 나와 안 된다고 반대할 뿐이지만, 아닌 말로 여기 찾아와서 날 내쫓아도 할 말 없는 건데.
   왜 공희엄마도 교회에서 어쩐다 할 뿐 여기를 또 안 오고.
   혹 밖에는 나와 운진씨의 사이가 아무 사이도 아닌 것으로 말이 나 있나.
   그냥...
   나에게, 갈 데 없는 나에게 머물 곳 제공하는 것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닌...
숙희가 어느 한 자리에 마냥 서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매장에 들어온 손님들이 그녀 앞의 진열품들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숙희는 방해 되는 줄 알고 얼른 비켜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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