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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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6. 29. 10:33

   병선의 모친이 큰언니를 찾아와서 하소연하고 있다. 
   아들이 소위 헌 여자와 사귄다고.
   "속상해, 언니. 하나 밖에 없는 아들놈들이 왜 이렇게 말들을 안 들어?"
운진모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꺼냈다. 
암만 동생이지만 제 아들 얘기하면서 내 아들까지 한데 싸잡아서 말하는 것이 싫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도 아니고. "전에 둘이 죽고 못 살았대매."
   "그 기집애가 우리 병선이를 배반하고 딴 놈한테 시집 가더니, 석달 만엔가 이혼하고."
   "둘이 다시 만나는 거야?"
   "아예..."
   "둘이 자고 그래, 벌써?"
   "뻔하겠지, 뭐, 언니. 벌써 결혼까지 했다가 헤어진 기집애니, 뭐, 생각해 보나마나겠지."
   "병선이가, 여자를 잘 바꾸고 그러니?"
   "지 아버지는 술 먹고 쌈 하고 다녔을 망정 여자 문제로는 내 속을 안 썩혔는데, 언니. 우리 병선인 게다가 얻어 터지고 다녀."
   "..."
   "우리 병선이... 두번인가... 얻어맞고 들어왔어, 언니."
   "그 때... 우리 운진이가 그, 병선이 때린 놈을 두번인가, 패줬다던데. 아직도 그래?"
   "운진이는 겉으로 보면 얌전한 것 같아도 썽 나면 무섭다잖우. 근데, 우리 병선이는 허우대만 멀쩡해 갖고, 지 아버지는 안 닮았는지 쪽을 못 쓰우."
운진모는 동생이 불쑥 찾아와서 헛소리만 늘어놓는 뒤에 뭐가 있다고 짚는다. "뭐... 병선이가 우리 운진이에 대해서 뭘 듣고 말한 거 있니?"
   "운진이가, 꽃집에다 여자랑 아예 살림을 차렸..."
   "그래?"
   운진모의 얼굴이 뜻 모를 웃음끼가 번졌다. "운진이 매일 들어와 자는데?"
   "우리 병선이가 이삼일 전에 놀러갔다가 아예 둘이 사는 차림인 걸 봤다대? 놀러온 차림이 아니라 아예 집에서처럼 옷도... 마치 자다 일어난 것처럼."
   "그 기집애가 갈 데가 없댄다."
   "그러면서, 우리 병선이 말이, 성이 의외로 여자를 잘 바꾸고, 잘 데리고 노나 보다고."
   "내가 두번인가 찾아가서 좋게 헤어지라고 했건만... 우리 운진이 고집을 알잖니."
   "어머! 운진이가 반항해?"
   "그냥, 나더러, 알았으니까, 가랜다."
   "어... 운진이가 지 엄마 말이라면..."
   "아마 즤 누나가 편을 들어주니까 그러나 봐."
   "운서가?"
   "운서도 우리더러 가만 놔두래..."
   운진모는 그 에미라는 여편네가 바보 같이 지껄인 말을 동생에게 옮기지 않는다.
   근본도 출생도 모르는 기집애를 며느리로 맞아 들일 거냐고 하던 바보 같은 여편네의 말을.
그리고 동생이지만 입을 못 믿는다. "우린 저러다 애라도 덜컥 들어 앉을까 봐 걱정이다."
   "..."
   거기서 병선모는 언니에게 지고 들어간다.
   아들이 집에 와서 사촌형이 같이 사는 여자 부러워서 죽겠다고 했는데. "운진이가 허 목사네 장로교회 도로 나간다고, 우리 병선이도 담주부터 그리로 간대. 들었수?"
   "흥! 우리 아들이지만, 참 별나다. 교회에서 쌈박질 해서 친척들 얼굴 못 들게 해. 그래서 다들 다른 교회로 옮겼는데, 저는 가만히 있다가 글루 또 나가?"
   "벌써 성가대 올라갔대는데, 언니?"
   "하여튼 오씨 집안에 명물 났댄다. 즤 아버지는 참 얌전한데, 어디서 그런 놈이 태어..."
   "운진이 바람끼가 형부 닮은 거 아냐, 언니?"
   병선모는 그렇게 언니를 복수한다. "형부도 툭 하면..."
   "삐져서 나갔을 망정, 나가서 딴 여자 보고 그러지는 않았어."
   "그래?"
병선모는 아들 말만 듣고 언니를 찾아와서 실컷 놀려주려던 것이 무산되는데 실망한다.
   "형부 말로는... 아무래도 지 할아버지를 빼닮은 것 같다나..."
   운진모는 동생이지만 괘씸하다. "그리고 갈 데 없는 년 데리고 살아주면 감지덕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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