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병선모가 아들 말을 전해 듣고 약간의 질투심에 언니를 찾아가서 약 올리고 난 후 건진 것은 있었다.
운진모는 동생이 가고 난 후 생각하다 보니 참았던 울화기 치밀었다.
그래서 그녀는 화원으로 갔다.
"엄마!"
운서가 대번에 눈치채고 달려 나왔다. "왜 왔우!"
"이 망할 놈의 자식, 어딨니!"
"엄마!"
운서가 모친을 막으려는데, 기운이 펄펄 넘치는 노인네가 딸을 밀어 버렸다.
운진은 밖에 나오기 싫다는 숙희를 데리고 밭에 나가서 돌아보는 일 겸 산책을 하다가 어디서 악악거리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엄만가?
그는 숙희 모르게 뒤를 슬쩍 돌아다 봤다. 왜 오셨나, 또...
운진의 왜 오셨나 또 하는 투정은 모친의 첫욕에 사그라졌다.
그의 모친이 밭에까지 한달음에 달려 와서는 숙희를 확 떠다 민 것이다.
"넌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계집이길래 이리 질겨어!"
쿵!
허걱!
운진의 심장 멎는 소리와 숙희의 숨 막히는 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운진은 얼굴을 허공으로 향한 채 눈을 지그시 감았고.
숙희는 뒤로 넘어질 뻔 하다가 중심을 바로 잡아 서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운진모가 일부러인 듯 숙희의 유방께를 겨냥해서 또 밀었다.
어머!
숙희는 남의 손에 의해 움켜 쥐어지며 떠밀린 가슴을 얼른 가렸다. "왜 이러세요."
"왜 이러세요? 왜 이러세요? 왜 이러세요?" 운진모가 숙희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숙희의 두 눈에 눈물이 금새 핑 돌았다.
"여긴 왜 왔어, 엄마." 운진이 나즈막히 말했다.
그 새 운서가 다가왔다.
그녀가 모친을 옹위하듯 잡으려고 했는데.
그들의 모친이 운서도 떠밀었다. "내가 친척들 앞에서 얼굴을 못 든다!"
"친척들 누구!"
운진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친척들 누가 내 일에 간섭해!"
그들의 모친이 조금 주춤거렸다.
"언제부터 지들이 친척이야! 입만 벌리면 친척 흉 보고 이간질 하는 것들, 모두 잡아다가 포토맼 강에 잡아 처넣어버릴라!"
"뭐라, 구?"
"누구야! 누가 또 내 일 갖고 입 놀려요!"
운진이 숙희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내, 병선이 이 새끼를, 그냥!"
숙희는 붙잡히는 손을 빼고 뒤돌아 서서 안채 건물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엄마, 가."
"가세요!"
딸과 아들이 모친에게 동시에 말했다.
그들의 모친이 이번에는 딸에게 향했다. "왜 너까지 합세해서 그러니!"
운서가 모친에게 눈을 흘겼다.
아들의 성질을 잘 알면서 새삼스레 왜 그러느냐는 듯이.
"누가 또 엄마한테 뭐라고 했길래 그래요?" 운서가 좋게 물었다.
"하여튼 병선이 이 새끼!"
운진의 그 말에 두 여인은 서로를 봤다.
그 새 숙희는 안채 뒷문으로 해서 안으로 사라졌다.
운진은 그녀가 들어갔어도 따라 가지 않기로 했다.
만일 그가 숙희를 달랜다고 안채로 가면 모친이 따라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 이러면서 최 장로네 딸은 왜 또 건드려!"
정인의 그 말에 딸이 가로 막았다. "가만 좀 있어요!"
"아, 니 동생 하는 짓거리 좀 봐아!"
"그 땐 또 그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