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두개의 세상 pt.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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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사내의 쉼방 2024. 7. 14. 09:41

   수키는 하워드와 헤어지고 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부친의 가게로 향했다.
공희는 어쩌면 내 말을 들으니까 오늘 아빠랑 만나서 시간을 보내도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면 들어줄지 모르겠다... 
그녀는 도심지에서 외곽으로 빠져 나가는 길이 주말에는 처음이다. 
이 길도 토요일 같은 때에 나오면 드라이브 하기에 안성마춤이네?
숙희는 그 파크웨이를 지나가며, 벌써 단풍이? 노 웨이! 하며 지나갔는데.
운진도 같은 때에 같은 파크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이 날 그는 한 주 건너 뛴 뒤에 나와서 뾰족탑이 보이는 인디펜던트 애브뉴 선상 아무 데나 좌판을 벌였는데, 마침 관광 버스 한 대가 그 곳 밖에 세울 데가 없는지 정차했다.
그 버스에서 일단의 동양인들이 우루루 내렸다.
   투덜투덜.
   여긴 뭐야.
   뭐야, 이건!
그들의 말이 한데 어울렸지만 운진의 귀에 몹시 익숙하다.
운진은 일단 그들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눈이 마주치는 이한테마다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배터리로 작동되는 확성기를 어깨에 맨 남자가 내렸다.
   관광회사 가이드시구만!
운진은 그에게 목례를 보냈다. 근데 내 시야는 왜 막으시나!
그가 운진을 보자 다가왔다. "코리안?"
운진은 손을 들어 보임으로써 그렇다는 표시를 했다. 영어 그렇게 쓰지 마라. 꼭, 씨발, 영어 시원찮은 것들이 밖에 나오면 꼭 영어를 쓰더라구?
   "여기, 팔크, 해도, 돼요?" 그 자의 혀가 꼬부라졌다.
운진은 김이 팍 샜다.
   "싸인판 보슈!" 
운진은 튼튼하게 박힌 노 파킹 싸인판을 가리켰다. 제발 나한테 떼 쓰지 마라?
가끔 노 파킹 싸이판 앞에 주차하며 같은 한국인끼리 도와주며 살자고 어거지 부리는 여행사 가이드를 보아온 운진이다. "그리고 여기 경찰은 악랄합디다."
여행사 가이드가 몹시 망설이는 기색이다.
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운진의 좌판으로 다가왔다.
   "하이!" 운진은 재수를 기대하며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하이!"
   그 행인이 대강 인사하고는 운진을 흘낏 봤다. "오, 헤이! 워썹, 맨!"
   "헬로, 헬로?" 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 행인이 큼지막한 일반인용 무전기를 입에다 갖다 댔다.
그가 동료를 불러서는 왕년에 최신 유행 장식만 팔던 벤더를 찾았다고 연락했고.
곧 일단의 무리가 몰려왔다. 주말이면 도보로 위싱톤 디 씨를 답사하는 무슨 동호회.
   "아하~"
   "아하!" 
그들과 운진은 서로 반갑게 악수들을 나눴다.
그래서 운진은 그 날 운 좋게 좋은 매상을 올리고는, 진희를 만나러 양품점으로 가는 중이었다...

   잘 빠지던 파크웨이는 캐피탈 벨트웨이를 만나면 늘 차가 밀렸다.
운진은 일일히 기어를 바꿔야 하므로 앞의 차들이 조금씩 전진하면 되려 짜증이 난다. 그 움직인 공간만큼 기어를 바꾸면서 추렄을 전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전진않고 더 충분한 거리가 벌어지길 기다리면 소형 승용차가 보통 두 대는 새치기한다.
이제 운진은 그런 것에 이골이 났다.
2차선 앞에는 숙희가 가고 있었다.
   얼마든지 들어와라!
숙희는 앞에서 깜빡이를 켜는 차들한테마다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어차피 나는 집에 일찍 안 들어가거든! 지금 영문은 몰라도 저녁 같이 먹자는 아빠를 만나러 간단다...
그녀 뒤로 지저분한 색깔의 추렄이 바짝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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